▲진달래밭 대피소진달래밭 대피소 모습입니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인지 대피소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헌데, 내려오는 길에 보니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더군요.
황주찬
영악한 막내, 혼자 힘으로 한라산 올라온 기특한 아이가 됐습니다제 시간에 통과 못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죽을 힘 다해 올라온 수고가 물거품됩니다. 백록담은 구경도 못합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붙잡고 통사정해도 소용 없습니다. 하여, 속밭대피소는 그냥 통과합니다. 물 귀하다는 한라산에서 시원한 생명수 콸콸 쏟아지는 샘터도 눈 딱 감고 지나갑니다. 그렇게 4시간을 걸으니 오전 10시, 한라산 정상이 보입니다.
정상을 100미터 남겨둔 지점, 숨이 턱에 차오릅니다. 다리는 이미 풀렸습니다. 아내와 두 아들은 일찌감치 정상에 올랐습니다. 다람쥐처럼 산을 올라 제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더군요. 막내는 그동안 뭐하고 있었냐고요? 제 어깨 위에서 달게 자고 있었습니다. 야속한 막내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땅에 내려놓으니 이 녀석, 씩씩하게 계단을 잘도 올라갑니다.
언제 목말 타고 잠잤냐는 듯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영악한 모습입니다. 이런 막내 보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칭찬을 퍼붓습니다. 다섯 살 꼬마가 높은 산을 오르니 신기한가 봅니다. 막내는 졸지에 혼자 힘으로 한라산 걸어 올라온 기특하고 대단한 아이가 됐습니다. 그 꼴 보니 제 어깨가 더 아픕니다. 머리 위에서 재잘대며 떠들기만 했어도 덜 힘들었을 텐데 내리 자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