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전망대에서 바라 본 장흥 들녘과 억불산 전경. 동학전망대는 천지인 둘레길에 있다.
이돈삼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고 했다. 주변을 돌아보면 금세 공감이 간다. '잘 키운 재래시장 하나, 열 마트 안 부럽다'는 말도 가능하겠다. 장흥 토요시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이 장터가 남도의 대표적인 관광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토요시장을 기획한 전남 장흥군이 최근 야심차게 선보인 길이 있다. '천지인 둘레길'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길이란 의미다. 장흥읍성 터를 중심으로 탐진강 수변공원, 동학공원을 연결시켰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녹색길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를 지원받아 다듬었다.
천지인 둘레길은 장흥읍사무소 뒤쪽 탐진강변 홍살문에서 시작된다. 성곽을 떠올리게 하는 벽화를 따라 산길로 들어서면 바로 삐비정과 만난다. 봄에 삐비(삘기)가 많았다는 곳이다. 읍성의 동헌에서 봤을 때 작은 초가들이 삐비처럼 빼곡해서 이름 붙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지대가 높아 읍성의 망루(望樓) 역할을 했다. 지금은 안내판으로만 남아 있다. 그 자리에 동문정(東門亭)이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