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고택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서울 게스트하우스.
김종성
북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 바로 이 계동길이다. 단언컨데, 북촌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사람냄새 나는 정다운 골목길이다. 계동길 양 옆으로 공방과 카페, 가게들을 품고 잎맥처럼 뻗어 나간 좁은 막다른 골목들, 숨바꼭질하듯 이어지는 골목 언덕 끝에 한옥 게스트하우스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중 서울 게스트하우스의 대문으로 들어가는 초입길이 가장 인상적이다.
계동길에서 골목을 따라 5분 남짓이나 걸었을까. 마치 시골집을 들어서는 기분이 드는 작은 오솔길이 나타나 깜짝 놀라게 된다. 집 앞 골목 좌우로는 풀이 무성하고 나무에는 호박이 매달려 있다. 시골집에서나 봄직한 꽃들도 방문객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마치 어릴 적 시골 외갓집에 가던 길이 떠오르고 여기가 서울 한복판임을 잠시 잊게 한다.
'운당(雲堂)'이라는 옥호가 걸린 집에서 먼저 손님을 맞는 건 복실복실한 털에 가려 눈이 안 보이는 삽살개 한 마리. 순둥이라는 이름의 이 집 삽살개는 이제 명물이 다 되어서 이 집에 묵고 간 외국 손님들이 귀국 후 편지나 엽서를 보내올 때 사람보다 개의 안부부터 물어올 정도라고 한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아저씨에 의하면 삽살개는 김치, 태권도, 온돌과 맞먹는 우리나라의 자산이란다.
삽살개의 '삽'은 쫓아낸다는 뜻이고 '살'은 귀신이나 액운을 의미한단다. 따라서 삽살개는 집안의 귀신이나 액운을 쫓아내는 수호견이라고 할 수 있다고. 순둥이는 손님들과 동네 산책도 하고 숙박을 마치고 떠나는 손님들을 배웅하기도 하는 점잖고 영민한 개다. 나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한옥 툇마루에 올라 포즈를 취해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