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취득세수 부족에 수상한 '돌려막기'?

중앙·지방 간 재원 조정방안 발표...10년간 50조 지방재정↑

등록 2013.09.25 12:38수정 2013.09.25 12:38
0
원고료로 응원
정부가 지방세인 주택 취득세율을 영구히 인하하는 대신 지방정부에 떼어주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비중을 높일 예정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중앙·지방간 기능 및 재원 조정 방안'을 공개했다. 현 부총리는 "국가재정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향후 10년간 연평균 5조 원의 지방재정 확충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초노령연금 공약이 후퇴하는 등 안 그래도 중앙정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세 결손이 더욱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취득세율 인하로 발생할 명백한 세수 결손을 증세로 해결하지 않고 '돌려막기'식으로 모면한다는 시각이다.

"지방소비세 전환율 높이고, 지방소득세 과세체계 개편"   

정부는 지난달 28일 전세대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 시킨다는 명목으로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했다. 6억원 이하 주택은 2%에서 1%로, 9억원 이상 주택은 4%에서 3%로 내렸다.

문제는 취득세가 지방세이기 때문에 취득세율 인하가 자연스럽게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 취득세 인하로 매년 3조 원의 세수 결손이 생길 전망이다.

현 부총리는 이날 이를 보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방소비세 전환율을 2015년까지 현 5%에서 11%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소득세 과세체계를 개편해서 지방으로 가는 세금을 확대시키기로 했다.


지방소비세는 부가가치세, 지방소득세는 소득세와 법인세 부분에 해당한다. 결국 중앙정부가 쓸 세금을 지방 정부에 떼어주겠다는 얘기다. 현 부총리는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는 신장성이 높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지방재정 건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지방의 복지부담 완화를 위해 국가 예산 지원을 확대할 방침도 함께 밝혔다. 영유아보육사업 기준 국고보조율을 10%p 인상하고 지역별 시설 편중이 심한 정신·장애인·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은 아예 201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다시 가져오기로 했다. 취득세 인하로 깎이는 세수 이상을 중앙정부가 실질적으로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세수 결손,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로 풀어야"

중앙정부가 지방의 복지재정 부담을 줄이고 지방재정 건전화를 유도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 정부가 연평균 5조 원의 세금을 지방에 쪼개줄 능력이 되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경기부진으로 세금이 줄자 이미 올해 5월 한 차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17조 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만 10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태다. 추가적인 세수 전략없이 지방정부로 국세를 이양하게 되면 중앙정부의 재정지출 사업에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같은 '돌려막기' 전략이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법인세는 절대 못 올리겠다고 못 박아놓은 상태에서 세수결손이 발생하게 되면 부가가치세, 소득세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도 제시됐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상반기 세수 결손이 크게 발생한데는 경기 침체도 문제가 있지만 MB정부의 '부자감세'의 영향도 크다"고 면서 "부족한 세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가세, 소득세 인상이 아니라 감세 혜택을 받았던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오석 #지방세 #취득세 인하 #부가세 #부가세 인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