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둑길에는 들꽃들이 가득 피어 있습니다.
박광은
예전에 강화 인근 지역에서는 강화 출신 며느리를 얻으면 가문을 번성시킨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강화 여자들이 생활력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은 한 푼 돈도 허투루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제 파악이 빨라서 지혜롭게 처신을 잘 했다. 또 주관이 뚜렷해서 남의 이목에 끌려다니지도 않았다. 이처럼 단단하고 굳건하니 과연 가문을 일으킬 만하지 않겠는가.
집에서 농사지은 푸성귀를 벌여 놓고 손님을 부르는 할머니들에게서 강화의 힘을 보는 것 같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내 힘으로 벌어먹고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당당하게 사는 할머니들의 굽은 허리에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난전(亂廛)을 지나니 강화나들길의 안내 표지목이 보이고 바람이 왈칵 우리를 반겨준다. 바닷가 둑길을 따라 걷는 길이니 천지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과연 '바람길'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하다. 그러나 가을 햇살 아래라서 그런 걸까, 바람은 우리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지나간다.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양 왔다가 가고 또 찾아오기를 반복한다.
오전 내내 바닷가 둑길을 걸었다. 왼쪽으로는 갯벌이 넓게 가슴을 열고 있다. 썰물이 들어 저만큼 물러나 있지만 밀물이 들 때를 바다는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길 오른쪽으로는 논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바다를 메운 땅이니 들이 얼마나 넓을 것인가. 그 논들은 바야흐로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는데 바닷가 둑과 맞닿아 있는 논들은 어인 일인지 잡초만 무성하다. 한 뼘 땅도 허투루 놀리지 않는 농부들이 어찌해서 저 논들은 묵혀 두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