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전통의 성소 ‘어워’. 서낭당이라 할 수 있죠. 산, 언덕, 고개 위 또는 강?호수?샘물 옆에 있죠. 천지자연을 내어준 하늘신(텡그리)과 대지신(가자르)을 경외하는 곳입니다.
최방식
"매일 나는 부르한 칼돈 산에 제물을 바치고 숭배한다. 자손들은 이것을 항상 기억하라."
800여 년 전 일이죠. 테무진이 칭기스칸에 오르기 전 메르키드족으로부터 급습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수목이 울창한 부르한 칼돈 산에 숨어 생명을 부지했죠. 그 뒤 이 산을 신성한 산으로 모셨습니다. 그의 태생지라고, 지금은 성지로 지정돼 있죠. 몽골인들이 산·나무·바위를 숭배하는 일면을 보여주죠.
몽골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 타는 말입니다. 유목민은 이거 없으면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으니까요. 염소나 양을 치는 것도, 급하거나 필요한 일로 어딘가를 가려해도 마찬가지지요. 말 머리를 때리지 않는 관습도 그 때문입니다. 이들은 아끼는 말이 죽으면, 그 머리를 '어워'에 안치합니다. 저승 좋은 곳으로 가라는 기원을 담아서요.
'어워'는 몽골 전통의 성소. 서낭당과 같다고 할 수 있겠네요. 큰 산, 언덕, 고개 위 또는 강·호수·샘물 옆엔 어김없이 있죠. 초원과 숲 그리고 강·호수와 물을 준 하늘신(텡그리)과 대지신(가자르)에게 고마움과 경외를 드리는 곳, 어워. 길을 떠날 때 무탈을 기원하며 시계방향으로 세 바퀴 돈답니다. 운전 중 만나면 경적이라도 세 번 울리고 지나죠. 여행자에게는 이정표 노릇도 하고요.
"이 산에 제물을 바치고 숭배한다"돌무더기를 쌓고 그 위엔 말 머리뼈, 돈, 사탕 등을 올려놓죠. 복을 기원하며 바친 것들입니다. 고대사회 신이 준 불을 돌화로 속에 간수했는데, 그 신성한 돌을 모아놓은 곳이죠. 정주하지 않는 유목인들이기에 성소 역시 고정건축(바이싱)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 한 가운데 '하늘의 신'을 뜻하는 파란색 천(하닥)을 두른 나무를 꽂아놓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