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류큐무라장대비가 쏟아져서 류큐무라 입구가 한산하다.
노시경
빗속을 달리던 버스는 정확히 1시간 만에 류큐무라(琉球村)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민속촌 같은 류큐무라는 옛 오키나와의 마을과 고택들을 둘러보면서 오키나와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고택들은 이 테마파크를 만들면서 새로 지은 집들이 아니다. 류큐왕국 시대부터 지어진 100년 이상 된 고택들을 이 곳에 모아서 옮겨둔 것이다. 일본의 유형문화재로 등록된 고택들을 모아 테마파크를 만들었으니 허름한 테마파크는 아니고 박물관 기능이 결합된 테마파크다.
우산을 꺼내들고 버스에서 내려 붉은 기와가 길게 이어진 류큐무라의 종합안내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비를 피할 수 있는 큰 건물 안에는 류큐의 전통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가게, 류큐 글라스를 파는 가게, 전통 장식품을 파는 가게, 지압을 받을 수 있는 가게와 같은 다양한 상점과 체험공방들이 들어서 있다. 테마파크 가게들은 대부분 관광명소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있는데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있다. 전에 못 보던 모습이다. 내가 찾는 류큐무라의 입구는 류큐의 전통 무용을 공연하는 찬푸르(ちゃんぷる-) 극장 옆에 있었다.
류큐무라 상점가에서 류큐무라 입구로 나가려고 보니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우리와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여행자들은 여러 가게로 흩어져서 보이지 않고 류큐무라 안에도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순간, 아내와 함께 저 세찬 빗줄기 속으로 들어가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의 여행 경험을 떠올렸다. 자신의 판단으로 안 보고 지나친 여행지는 항상 돌아보면 후회가 많이 남더라는 경험. 결단을 내려서 돌아본 여행지는 항상 기대 이상이었다는 경험을 믿기로 했다. 의외로 아내도 선선히 우산을 받쳐 들고 류큐무라 안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했다. 우리는 입장료가 할인되는 투어버스 티켓을 보여주고 류큐무라 입장티켓을 샀다.
줄다리기 밧줄을 보관하기 위한 2층 류큐식 기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