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마을옛집. 서울 성북동의 최순우의집에 이어 시민문화유산 2호로 지정돼 있다.
이돈삼
가을햇살이 따사롭다. 살갗에 와 닿는 바람결이 달콤하다. 쪽빛 하늘의 뭉게구름도 멋스럽다. 대봉을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가 골목길 돌담에 살며시 기대 서 있다. 큰 호박덩이도 담장 위에서 대롱거린다.
까치발을 하고 내다본 기와집이 단아하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물 흐르듯 유연한 곡선을 그린 처마가 시선을 붙든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도 애틋하다. 빈터에 피어난 코스모스도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눈길 가는 곳마다 예스럽다.
'나주배'로 유명한 전남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이다. 골목마다 옛 정취가 넘실댄다.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어릴 적 뛰놀던 고향마을 같다. 지난 11일 마을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