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교 남단의 버스 정류장. 현재 시내버스 노선은 1개 뿐이다. 시민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려면 더많은 버스노선이 신설되어야 할 것이다.
전상봉
운영정상화 합의서와 함께 9월 13일부터 10월 6일까지 세빛둥둥섬이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한강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의 한강사진전이 1섬과 2섬에서 열리고 있다. 100여 점이 전시된 이번 사진전은 1섬에서는 60~70년대의 옛사진이 전시되고 있고, 2섬에서는 현재 한강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한강사진전을 관람하기 위해 지난 주말(9월 14일) 찾은 세빛둥둥섬은 한산했다. 아쉽게도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간은 1섬과 2섬 1층 전시실에 불과했고, 3섬과 미디어아트 갤러리는 여전히 접근 불허였다. 현장 관계자에게 앞으로 계속 개방될 것이냐고 물으니 전시회 이후에는 어찌될지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다.
이날 세빛둥둥섬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세빛둥둥섬이 애물단지의 오명을 벗기가 쉽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세빛둥둥섬이 정상화되려면 가장 먼저 운영사가 선정되어야 한다. 운영사를 선정하려면 경제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 문제가 간단치가 않다. 운영정상화를 위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두 가지의 악재를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장마, 태풍 등 자연재해에 따른 것이고, 둘째는 접근성의 문제다.
먼저 장마, 태풍 등 자연재해의 문제를 살펴보자. 세빛둥둥섬이 위치한 반포지구는 한강의 둔치 중 가장 낮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장마철이나 태풍 등의 홍수가 나면 한강 둔치 중 가장 먼저 물에 잠긴다. 이럴 경우 세빛둥둥섬의 운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점점 장마가 길어지고 있는 추세이고, 국지성 집중호우도 빈발하여 한강 수위가 급격하게 불어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장마철인 6월 말에서 7월까지 세빛둥둥섬은 문을 닫아야 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세빛둥둥섬에 접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승용차가 없는 경우 세빛둥둥섬으로 가는 길은 꽤나 멀다. 잠수교를 지나는 버스 노선은 740번 하나밖에 없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고속버스터미널역이나 반포역에서 내려 30분 가까이 걸어야 한다.
장마 등의 자연재해로 1년에 한 달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고, 접근성 마저 떨어지니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를 할 경우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그래서 세빛둥둥섬에 고급 레스토랑이나 고급 요트 선착장, 호화 결혼식장, 나이트클럽을 개설해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이럴 경우 시민이 누리고 이용해야 할 공유수면인 한강과 시민들의 혈세로 만든 시설물을 부유층 일부만을 이용하게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속사정 때문에 세빛둥둥섬의 정상화는 낙관하기 어렵다. 그래서 박원순 시장이 9월 12일 운영정상화 합의 때 말한 "세빛둥둥섬이 수상 스포츠와 레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 문화관광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는 바람이 실현되려면 보다 전향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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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빛둥둥섬, '애물단지'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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