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박 대통령 추석 선물? 빈 상자만 요란"

52일째 '노숙'... '환갑상'도 길거리에서

등록 2013.09.17 14:00수정 2013.09.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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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농성장에서 환갑 맞은 김한길 17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부인 최명길씨가 가져 온 미역국을 맛보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천막 농성장에서 환갑 맞은 김한길17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부인 최명길씨가 가져 온 미역국을 맛보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남소연

거리에서 환갑을 맞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생일상은 조촐했다. 17일 오전 11시, 서울 시청 광장 앞 천막 당사에서 열린 생일 축하 자리에는 당직자들이 준비한 케이크, 부인인 최명길씨가 준비한 미역국·조기 정도가 상에 올랐다.

이마저도 김 대표는 "노숙하는 사람이 이렇게 좋은 걸 먹으면 욕 먹는다"며 계면쩍어했다. 김 대표의 노숙은 이날로 52일째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을 우리가 해내야 서로 축하하고 격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어제 회담 결과 때문에 난감한데… 대통령이 민주주의회복을 반기지 않는다 해도 민주주의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어제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했다, 우리에게 더 많은 고통과 인내가 요구되겠지만 감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막 농성장에서 환갑 맞은 김한길 17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농성장으로 미역국을 가져 온 부인 최명길씨를 껴안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천막 농성장에서 환갑 맞은 김한길17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농성장으로 미역국을 가져 온 부인 최명길씨를 껴안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 중이다.남소연

하루 전 말끔히 차려 입었던 양복은 벗은 채 항상 입던 체크무늬 남방차림의 김 대표는 생일상을 앞에 두고 "성장과정이 유복한 편이 못 돼서 생일이라는 걸 챙기지 않았다, 오늘이 아마 내 생애 생일 중에 가장 많은 분들의 관심을 모으고 축하받는 생일인 것 같다"며 "천막에 나와 있으니 이렇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천막당사에서 한 달 가까이…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란다"던 박 대통령의 염려는 당직자들이 선물로 대신 챙겼다. 털모자와 패딩 장갑이 그것이다. 가을을 지나 겨울을 지내기 위한 준비다.

김 대표는 "대통령은 국회에 와서 야당 대표를 만난 것을 국민에게 준 큰 추석 선물로 보던데 포장지는 근사한데 선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빈상자가 요란했다"며 "추석 연후에 천막에서 전국 민심을 경청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길은 하나 뿐, 더 결기 있고 강력하게"

천막 농성장에서 환갑 맞은 김한길 17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농성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의 3자 회담 결과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보름달은 차 오르는데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고 말했다.
천막 농성장에서 환갑 맞은 김한길17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농성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의 3자 회담 결과에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보름달은 차 오르는데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고 말했다. 남소연

3자회담은 아무 성과 없이 막을 내렸지만 민주당은 더욱 결집하는 모양새다. 하루 전 3자회담에 대해 "불통만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분위기 속에 당 내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전병헌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를 완벽한 노숙자로 만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분노하고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3자 회담 후 대통령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소통 안 하는 불통령·갑갑한 국민 가슴에 불을 지른 불통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원내대표는 "이제 길은 하나 뿐이다, 더 결기있고 더 강력한 투쟁"이라며 "다시 민주주의를 위해 사즉생 하겠다는 각오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 가운데 최악이다, 대통령은 단 하나의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며 "불통을 넘어 독선과 아집의 정치가 보인다, 더 이상 대통령에게 기대하지 않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가겠다"고 독자노선을 밝혔다.

이윤석 의원은 "박 대통령은 민심이 한순간에 넘어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국민 절반의 의견을 무시하고 호도했다"며 "지금 지지도 67%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하나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최고위원을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당 대표만 고생하시고 최고위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개인 플레이는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장기농성 대비, 털모자 선물받은 김한길 17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장기농성에 대비해 혹한도 견딜 수 있는 털모자를 선물 받자 너털웃음을 짓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장기농성 대비, 털모자 선물받은 김한길17일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환갑을 맞이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장기농성에 대비해 혹한도 견딜 수 있는 털모자를 선물 받자 너털웃음을 짓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남소연

이처럼 민주당은 3자회담이 무산되자, 원내외 병행 투쟁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 정성호 원내수석 부대표는 "당분간 의사일정 협의는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루 전 3자 회담이 끝난 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는 국정감사 거부 의견도 나왔다.

일단 민주당은 추석 연휴 민심의 향방을 파악한 후 투쟁 전략을 짤 계획이다. 이에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향방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김한길 #환갑 #노숙 #박근혜 #3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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