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기인 두 이장님 (왼쪽 서보흡, 오른편 천병재)
이응인
15일. 경남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고답마을 회관에서 서로 이웃해 있는 두 마을, 고답마을 천병재(73) 이장, 고정마을 서보흡(73) 이장을 만났다.
상동면 고정리 인근은 밀양의 '상동반시'로 유명하다. 상동반시는 씨가 없고 육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아 인기가 있다. 강 건너편 청도반시가 상표로 뜨면서 유명해졌으나, 상동반시가 값을 더 쳐준다며, 고답마을 천병재 이장님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에 아마 100상자 정도 나갔을 거요. 상동반시가 청도반시보다 더 비싸게 나가요. 원래 여기가 원조여. 연간 5억 정도 나오니 마을 사람들 수입원이 반시지."상동면 소재지에서 동창천을 따라 오른편으로 꺾어들어 고정리로 들어서면 찻길에도 감나무요, 마을도 감나무 숲에 가려져 있고, 마을 회관도 감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고답마을 뒤로는 서북으로 뻗어 내린 낙화산 자락이 넉넉한 언덕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언덕 아래에 집들이 자리 잡고 생계의 터전인 감나무 밭이 숲을 이루고 있다.
"총리는 반대하는 주민 이야기 왜 안 듣나?" 가을 기운을 받아 발그레하게 익어가는 감을 출하하기 시작하는 때인데도 마을 사람들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피해가 있는 지역에 와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피해 없는 지역에 들여다보고 협조해 달라 하고 돌아가는 거는 서울 지하철역에서 물어 보는 거나 마찬가지지. 다음부터는 총리나 장관이나 여기까지 내려올 것 없이 서울 지하철역에서 물어보라고 해."
지난 11일 송전탑 문제로 밀양을 방문했던 정홍원 총리가 주민들의 고충을 들어주지 않고 간 데 대한 섭섭함을 고정마을 서보흡 이장님은 이렇게 쏟아냈다.
"가구당 400만원 준다니까 할매들이 악이 받쳐 있어요. 돈 400만원 그거 받으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총리가 내려왔으면 반대하는 주민들 이야기도 들어보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 아닙니까? 무턱대고 안 된다 하면 주민들이 뭐라 하겠습니까? 이래 놓고 다시 공사를 한다면 사고 나는 거는 틀림없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천 이장님이 말을 받았다. 마을 할머니들은 돈 400만원 안 받고 줄 테니 송전탑을 가져가라고, 송전선을 자기들(정홍원 총리) 지붕 위에 올리라며 난리가 났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