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상 대검찰청 감찰1과장. 사진은 지난 5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브리핑실에서 광주고검 산하 지검 소속 A검사의 책상에서 수백만원의 현금 뭉치가 발견된 사건 관련, 검사 및 수사관을 감찰한 결과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으로 단상을 내려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 과장은 이날 오전 10시 13분,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고 운을 띄운 뒤, 사임 이유 세 가지를 밝혔다.
먼저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는 그는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며 "차라리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고 밝혔다.
그는 세 번째 이유로 훗날 아들·딸에게 떳떳해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아들·딸이 커서 2013년 훌륭한 검찰총장이 억울하게 물러날 때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줘'라고 해야 인간적으로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고 밝혔다.
"미련, 후회 없다...고개 들고 당당히 나갈 것" 또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며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절대 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라며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출신인 김 과장은 대원외국어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98년 수원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법무부 법무심의실 검사, 서울중앙지검 검사,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을 거쳐 대검 감찰1과장으로 재직해 왔다.
민주당, 3자 회담 참석 여부 고심... "국정원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김 과장 사의 소식에 민주당은 16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의 3자 회담 참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번 채 총장 사태와 관련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중진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채 전 총장 사태 및 16일로 예정된 '국회 3자회담' 참석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물러날 사람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며 "이 사건에 대한 검찰 내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분노가 들불처럼 타오르기 전에 국민들에게 이실직고 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채 총장 사퇴는 신유신의 부활을 알리는 서곡이자,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려는 공작정치의 부활"이라며 "이번 사태는 누가 보더라도 청와대가 각본과 주연을 맡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조연을 담당한 '국정원 사건 덮기와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주장했다.
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jwp615)를 통해 "둑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이라며 김 과장의 사의 파문이 검찰 내에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동욱 총장 사퇴 공작에 반발하며 직을 던진 김윤상 과장의 외침이 절절하다"며 "김 과장과 권은희 과장은 불의한 시대가 만든 의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일선 검사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할까"라며 "스쳐지나갈 부질없는 권력의 풍파에 휩쓸리느니 몸을 낮춰 바람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릴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래는 김윤상 대검 감찰과장이 검찰 내부 게시망에 올린 글 전문.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 또 한번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 타고난 조급한 성격에 어리석음과 미숙함까지 더해져 매번 경솔하지만 신중과 진중을 강조해 온 선배들이 화려한 수사 속에 사실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온 기억이 많아 경솔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억지로 들릴 수는 있으나, 나에게는 경솔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상당 기간의 의견 조율이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 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업무에 관하여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 게 맞다. 둘째,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 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 셋째,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이쁘게 봐줘'라고 해야 인간적으로 나마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 속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 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