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가을에 핀 부추꽃의 아름다운 자태
전갑남
부추는 꽃대가 올라오면 쇄서 먹기가 곤란합니다. 꽃이 피면 뻣뻣하고 억세져 맛이 떨어집니다. 꽃 핀 부추는 밑동을 낫으로 벱니다. 그러면 며칠 지나 금세 부드러운 새움의 부추가 올라옵니다. 가을에도 부추는 몇 번은 잘라먹을 수 있지요.
우리 부추밭에도 먼저 벤 것, 나중 벤 것들이 형님 동생하고 자랍니다. 자른 지 한 달 가까이 된 것은 어느새 자라 또 꽃이 피고, 보름 전에 자른 것은 먹기 좋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잘라낸 것은 벌써 새싹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부추는 사람의 무지막지한 낫질에도 아린 슬픔을 죄다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며칠도 지나지 않아 세상을 향해 쫑긋 고개를 다시 내밀겠습니까? 생장점을 난도질당해도 때 되면 꽃을 피우는 기특함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부추 벤 자리는 두엄을 뿌려주고, 물을 자주 주면 잘 자랍니다. 예전 우리 부모님께서는 부추밭에 아궁이 속의 재를 긁어다 뿌리고, 묵은 오줌을 끼얹었지요. 거름기 먹은 부추는 새 힘을 받아서 잘 자랐습니다.
부추의 생명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엄동설한 겨울에도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아서 새봄이면 어김없이 살아있습니다. 한번 심어놓기만 하면 큰 돌봄 없이 여러 해 잘만 자랍니다. 그래 부추는 게으른 사람도 키울 수 있다하여 게으름뱅이풀이라고도 합니다.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는 부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