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사업 유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이런 기관에서 소개하는 일자리의 문제점은 노인들의 능력과 기존 경험을 활용할 만한 직업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대부분 단순노동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나 청소년 등에게 전래동화, 한자, 예절, 전통놀이 등을 가르치거나 문화재해설, 통번역 등을 하는 교육형 일자리는 노인들의 경험과 능력을 살릴 수 있지만 실제 고용인원은 극소수다.
예를 들어 숲해설가는 전국 48개 사업단에 1439자리가 있고 문화재해설가는 전국 43개 사업단에 1131자리, 통번역가는 전국 5개 사업단 91자리에 불과하다. 이들 일자리 역시 노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9개월간 주 3~4일을 하루 3~4시간씩 근무하고 월 급여는 20만 원이다. 특히 수익사업이 아니라 정부 재정을 일방적으로 투입하는 일자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예산확충이 전제되지 않고는 인원을 늘리기 어렵다.
민간알선업체인 '실버잡'에도 고학력 노인들이 통번역 같은 일자리를 희망하며 이력서를 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일을 실제로 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경비원, 청소부 등의 인력파견형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예산은 2012년 기준 약 3513억 원으로 2011년의 약 3116억 원에 비해 397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진입형 일자리 중 경비원 같은 파견사업은 민간기업 등에서 돈을 주는 것이므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나이 많은 이들을 고용하려는 기업이 많지 않아 현실적으로는 그리 활발한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노인인력개발원 등과 협력해 노인친화형 일자리를 적극 만들어 내려는 기업들도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노인친화기업'으로 지정된 ㈜이웃애가 보건복지부, 노인인력개발원과 공동기획으로 만든 카페사업단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 강남구청역 앞에서 '노래하는 작은 숲'이란 뜻의 싱그로브 카페를 운영하는 이 회사는 1호점인 싱그로브 애비뉴점에서 하루 1백만 원 이상의 짭짤한 수익을 내, 곧 서울 세곡동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춘 노인들이 매장에서 매니저(관리자)급으로 일하며 커피를 직접 만든다. 1호점 직원 15명 중 노인이 12명이다. 노인들이 많이 일하는 곳이라 젊은이들이 기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정부와 기업이 창의적으로 기획하고 협력하면 노인일자리가 다양하게 창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