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미를 찾아서> 책표지.
임윤수
여명의 빛으로 밝아오는 일출, 솜이불처럼 폭신한 느낌으로 와 닿는 운해, 천상의 미소처럼 다가오는 미소, 줄기를 이루며 쏟아지고 있는 햇빛, 현장에 서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풍광…,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어떤 것들은 오묘한 느낌으로 버무린 글로 설명하면서 한국불교의 미를 전해줍니다
도록 같은 사진, 법문집 같은 이야기, 미학 해설집 같은 설명들이 염주 알처럼 동글동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석불사 비로자나불을 만나고 있을 때는 석불사를 거니는 느낌입니다.
부석사, 영국사, 불국사, 운주사, 서암정사…. 108염주를 돌리듯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글들을 읽어가다 보면 내가 거기에 있고 내가 거기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되새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읽게 됩니다.
흔히 불곡 감실 부처님이라 부르는 이 부처님은 어린 사람에게는 할머니 같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어머니나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 같고,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는 누이 같은 부처님이다. 석굴암 부처님이 단정하고 엄숙한 아버지 같다면, 감실 부처님은 한없이 자애로운 어머니 같다. 어디 생김새뿐이겠는가? 석굴암 부처님은 이제 유리로 가려진 채 깊숙한 석굴 속에 계셔서 쉽게 다가설 수 없지만 감실 부처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가까이에서 마음껏 바라볼 수 있으니 이 또한 각기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느낌을 더한다. -<불교의 미를 찾아서> 148쪽-불교를 신앙으로 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불심의 글로 보이고, 여행을 꿈꾸는 이의 마음으로 읽는다면 여행지를 안내해 줄 이정표처럼 보일 것입니다. 절엘 다니면서도 무감각하게 봐왔던 전각과 불상, 탑과 마애불이 이토록 아름답고 이토록 애틋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절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에 풍년이 들 것입니다.
출가수행자가 남길 수 있는 도력의 결정체가 사리라면 <불교의 미를 찾아서>는 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발품과 심미안으로 빗어낼 수 있는 최고의 사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어떤 발품도 팔지 않고, 별다른 수고도 하지 않으며 산산골골에서 묵묵히 빛나고 있는 불교의 미를 듬뿍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불교의 미를 찾아서 - 진속불이와 자연주의 미학
이찬훈 글.사진,
담앤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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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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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 팔지 않고 '불교의 미' 듬뿍 누릴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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