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옥진 선생님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 속에 현실에 어려움을 초탈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올해 초 <잠깐 비움> 시집을 시와 사상사에서 펴냈다. 2011년에는 <빛난 하루>시집과 산문집<진짜같은 가짜 가짜같은 진짜>산지니에서 펴냈다
박건
그날 밤. 부산 미광화랑에서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연히 들르신 선생님을 뵙게 되었지요. 반가워 절로 일어나 인사가 터져 나왔어요.
쌔앰, 안녕하셨습니까?이 누꼬?박거이입니다 예전에 공간에서 행위미술했던으아 몇 년만이고~ 아트북 기획하는 작가라길래 누군가 했더니 오랬만이야선생님 눈빛이 초롱합니다 안색도 좋으시고. 옷도 멋지고요 안경도 잘 어울려요.그래 보이나. 나이가 들면 목욕도 자주하고 옷차림도 신경 쫌 써야 해. 이것도 써비스거든 으하하하..선생님께 받은 산문집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시집 <빛난 하루>, <잠깐 비움>을 흥미롭게 번갈아 읽고 있습니다. 화상은 물론, 작가, 미술관계자, 애호가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선생님만이 쓸 수 있는 미술동네 이야기를 아주 매력적으로 채워 주셨습니다. 자화상 같은 시집 또한 일상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보게 하고 감흥을 불러 일으킵니다.
선생님의 거침없는 말씀 속에 웃음과 비웃음이 절묘하게 섞여 재미와 의미가 있었습니다. 채움과 비움, 죽음과 삶, 처음과 끝 서로 대비되는 삶의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팔다리를 긁는데 벌레에게 물려 빨갛게 발진한 모습을 보았지요. 여름철이고 하여 안쓰럽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마침 여행 상비로 갖고 다니던 약을 살갛에 발라 드렸더니 남방을 벗고 바지도 아이처럼 훌러덩 벗어 내렸지요. 속옷 차림으로 드러나 감추어진 상처들은 놀랍게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선생님 온 데 물렸어요. 어디서 주무셨어요, 이상한 데 가신거 아니예요? 아니야, 집에서 잤는 데 그래.셀 수 없이 많이 물렸어요. 요고는 새로 물렸네. 이렇게 물리고도 그냥 지내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