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는 일등급 계란이 중도매인들이 공급하는 일반 계란에 비해 더 비싸게 공급되고 있지만, 정작 안정성 측면에서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영욱
일각에선 계란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같은 계란이지만 세척과 대기업 유통시스템을 통해 공급된다는 이유 하나만을 갖고서, 중도매인들이 직배송하는 계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식자재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어 계란 종사자들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현재 대기업의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는 계란은 전체 물량의 약 30%에 이른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중도매인들이 직배송하는 슈퍼마켓이나 식당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지막 남은 70%마저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계란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계란도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계란인들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일각에선 계란도매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물류센터와 대리점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유통시스템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도매업에 눈독 실제로 그럴까. 계란을 포함한 대다수 중도매업자들은 대기업 중심의 유통망이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더 많이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대형유통재벌들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일찌감치 창고형매장으로 전환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상품공급점이라는 명목으로 기존 동네슈퍼를 하나 둘씩 집어삼키고 있다.
대형유통재벌들은 창고형매장이나 상품공급점이 도매업이 아닌 신업태라고 우기지만, 인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할인광고까지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이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 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실장은 "상품공급점 출현 이후 기존 동네슈퍼와 식당에 공산품과 식자재를 납품하는 지역 중도매인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상품공급점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란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한국계란유통협회의 지적이다. 계란협회 김낙철 교육위원장은 "대기업들은 '세척란이 더 좋다'는 거짓 정보까지 흘리면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계란도매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거짓 마케팅으로 동네슈퍼나 식당을 잠식해나갈 것"이라고 힐난했다.
"연말까지 결론 내겠다" [인터뷰] 동반성장위 이우용 홍보실장
|
-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동반위의 입장은? "도매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인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또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한 후 지정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이다."
- 태스크포스 구성도 그런 맥락인지. "그렇다. 동반위는 지난달부터 도매업 단체, 학계 등 관계 단체를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회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그렇다고 도매업을 적합업종 지정 범주에 넣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서 만든 것은 아니다. 다만,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이 꼭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입장을 수렴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 언제쯤 결정이 날 것인지. "늦어도 연내에는 결정될 것이다."
- 최근 동반위가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생계형에서 생활밀착형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혹 도매업이 지정 쪽으로 가닥을 잡더라도, 또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다. 이를 대비해 동반위도 적합업종 관련 기존 조직을 지원단으로 승격시켰으며, 직원 또한 배로 늘린 상황이다."
- 계란 도매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선 파악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같은 계란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통해 유통될 경우, 15구 기준으로 평균 1500원이 더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계란은 국민 식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제품이기에, 사견이지만,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시켜나가는 것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소상공인들의 진실된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