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로 현역의원 사상 12번째 체포동의안이 처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4일 저녁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강제 구인돼 수원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먼 길을 돌아 2013년 또다시 '이석기 RO 사건'이 터졌다. A씨는 "민혁당이 자진해산하고, 핵심 지도부가 전향하면서 붕괴됐는데, 출소한 이석기가 지도자를 자임하면서 주체사상 조직을 재건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재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민혁당은 강령과 규약이 있었고, 조직의 실체가 있었고, 북과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고, 자금도 받았다. 그런데 이번 RO?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비밀결사모임으로 보기에는 저렇게 공개적이고 대규모로 할 수 없다. 강령, 규약 등을 갖춘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지하조직특유의 비밀이나 보안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도 안 보인다. 경기 남부, 동부, 북부 등 경기지역에만 지부조직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전국조직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조직을 재건하려고 하기는 했지만,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 신빙성을 높게 봤다. 그는 "평소 그들의 분위기나 해왔던 말로 봤을 때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30년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당시의 논리와 의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의식은 일제시대 만주벌판에서 제국주의 유령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무엇으로? 맞받아칠 능력이 없다. 130명이? '한 자루의 권총(사상)'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30년대 김일성 전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와 동일시하는 거다. 주관주의의 극치다. 녹취록에 나오는 정세관, 어투, 상황판단, 모든 것이 비상식적이다. 시대가 낳은 블랙 코미디다."
"나도 예비검속 불안감 있었다, 저들도 그랬을 것"그는 RO의 정서에 대해 공감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전쟁 분위기 고조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12일 합정동 모임에 대해 "왜 5월이었을까?"라고 자문한 후 이렇게 말했다.
"당시는 전쟁 분위기가 최고조인 상황이었다. 북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정세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조중동과 그들이 만든 종편에서 나날이 전쟁 위기를 조장했다. 실제 전쟁이 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지만, 나도 점점 불안해졌다. '정말 전쟁이 나면 나 같은 전력의 사람들은 예비검속 되어 사살되는 거 아냐?' 이런 실존에 대한 불안감이 실제로 있다. 저 친구들도 그랬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국정원의 오버"를 지적했다. "왜 국정원이 (형량이 훨씬 높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혐의를 못 걸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국가단체가 갖춰야 할 강령, 규약, 체계를 못 갖춘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란음모란 혐의를 걸었는데, 음모를 그렇게 대규모로 모여서 할 수도 없고, 녹취록에 나온 내용을 보더라도 의견이 엇갈리고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급했을 것이다. 그러다 어설프게 건드린 것이다. 잘못하면 저들(RO)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법정에 가면 결코 국정원에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왜? 저건 (내란음모가 아니라) 주관주의자들이 모여서 일종의 부흥회를 한 것이다. 저렇게 모여서 이야기해놓고 돌아서면 얼마나 공허할까! 뭐, 압력솥폭탄으로 철탑을 파괴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럴 능력이 안된다. 권총 한 자루로 혁명을 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그는 RO에 대해 평가할 때 민혁당과 비교했던 것처럼, 국정원의 의도에 대해서도 민혁당 사건과 비교했다.
"99년 당시는 DJ 정부 시기였다. 그때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국내수사권 폐지 등 국정원 개혁 목소리가 컸다. 그런데 잠수함에서 건져 올린 암호문으로 이미 해산해 활동을 정지한 민혁당을 관에서 꺼내 엄청난 사건으로 부풀리면서 국정원은 존재 의의를 확인하게 된다. 어떤가. 지금과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은가."
합정동 녹취록을 고리로 RO 사건을 터뜨린 2013년 지금도 심리전단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어느 때보다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국정원은 궁지에 몰릴 때 대형 공안사건을 터뜨린다. 이것은 공식에 가깝다.
"국정원이 어설프게 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