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원 교무. 그는 "여성 교무의 사회발언이나 활동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원불교지만, 그런 활동이야말로 종교인들의 사명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
안소민
"대한민국 정치는 후퇴하고 있습니다. 마녀사냥식 정치는 그만둬야 합니다. 국정원의 정치 모략을 온국민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지의 소산이고, 시대감각이 한창 뒤떨어진 것입니다."
원불교 중앙총부의 정봉원 교무는 단호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이 전해진 4일 오후, 정봉원 교무는 침착한 목소리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국민들 배신감 매우 크다" 정봉원 교무를 비롯한 원불교 전북교구 20여명은 지난 8월 21일 새누리당 전북도 당사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그동안 사회문제에 대한 발언과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었던 원불교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봉원 교무는 "국정원 관련 시국선언이 꼭 이례적인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이야말로 종교인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정의는 죽기로서 취하고, 불의는 죽기로서 버리라는 대종사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어떻게 종교인들이 가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정봉원 교무는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단다. 원광대학교 88학번인 그는 대학 시절, 선배들과 스터디를 하며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갔고, 실제로 야학과 같은 활동을 통해 현장에 몸소 뛰어들기도 했다.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70-80년대에 비해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좋아지고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몇 년 전부터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는 후퇴하고 있다,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출가한 몸이고, 다른 종단에 비해 여성 교무의 활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원불교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정봉원 교무는 온라인에 시국선언 공지를 띄우고 뜻 맞는 교무들의 생각을 모았다.
"진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국선언에 참여했습니다. 국정원이 어딥니까? 대통령 직속기관 아닌가요. 그런 대통령 직속기관이 정치에 개입하고 선거운동을 조작했다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짓이죠. 국민들의 배신감이 매우 큽니다. 그 배신감에 많은 국민들이 스스로 촛불을 들게 된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