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류볼에서 디자인한 제품(위쪽 사진 상단, 아랫쪽 사진 왼쪽)과 디자인 도용 제품(윗쪽 사진 하단, 아랫쪽 사진 오른쪽). 원단, 자크 등 재질만 다를 뿐 겉모양만 봐서 구분하기 쉽지않다.
김시연
이른바 '시장 의류' 업계는 크게 여성복 중심의 '동대문'과 아동복 중심의 '남대문'으로 나뉜다. 도매업체들이 각각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에 주로 몰려있는 탓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오픈마켓에서 출발해 10년 만에 연매출 350억 원, 종업원 100명이 넘는 여성의류 전문 쇼핑몰로 성장한 난다는 동대문에선 거의 전설에 가깝다.
사실 국내 의류 업계에서 디자인 도용 문제는 특정 업체만 거론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실제 저작권 침해 소송까지 이어지는 건 손에 꼽을 정도고 문제가 되면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선에서 끝나거나,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난다에서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면서 "타 업체에서 우리 제품 디자인을 도용한 사례도 많다"고 항변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상품 기획과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한 SPA업체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중견 여성의류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C사도 디자인 도용에 맞서 소송을 준비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대문 도매업체에서 그대로 베낀 제품을 유통시킨 한 여성의류 인터넷쇼핑몰에 직접 항의해 제품을 내렸고 또 다른 쇼핑몰 역시 <오마이뉴스> 확인 과정에서 해당 제품을 인터넷에서 삭제했다. 또 모 유명 여성의류 브랜드업체도 C사 제품 디자인과 패턴을 베낀 가을 신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대문에서 아동복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황아무개씨는 "시장 의류업계에게 디자인 베끼기는 비일비재하고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면서 "왜 베꼈느냐고 항의해도 제품을 내리지 않다가 항의가 심하거나 내용 증명을 보낸다고 하면 마지못해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와 소형 도매업체간 알력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황씨는 "유통업체가 갑을 관계처럼 우위에 있다 보니 도매업체에서 항의해 봤자 별수 없다는 걸 알고 더 세게 나오고 도매업체도 자칫 유통업체에 밉보여 납품이 끊길까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변 디자이너들 가운데 그동안 알고도 문제제기를 못했다며 환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쓸데없는 데 왜 힘 빼느냐, 거긴 너무 대형이고 소형은 (언론이) 잘 안 돕는다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어요."박하영 대표가 이 문제를 제기하려고 결심했을 때도 주변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고 한다.
"자체 제작한 게 아니면 아니면 책임 없는 건가요. 디자인 도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면 누가 디자인을 연구하겠어요. 런칭 초반이라고 그냥 넘어가면 저도 제도적 허점을 묵인하는 셈이 돼요. 난다도 패션 업계에선 대기업이나 다름없어요. 이렇게 큰 업체가 한번 문제가 되면 앞으로 이런 잘못된 관행도 줄어들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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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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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류 1등 쇼핑몰도 못 벗은 '짝퉁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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