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간판이 아름다운 집의 가게 모습.
홍광석
서부 유럽 여행 시 스파게티 종류의 음식에 질려 고역이었다면 이번 동유럽 여행에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첫째는 개인적으로 동유럽의 음식이 식성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그보다는 동유럽 음식이 투박하면서도 간이 맞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컵라면이나 즉석밥을 준비해온 일행도 있었으나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침은 호텔식이었는데 치즈와 쏘시지 햄 등 육류제품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거의 먹지 않았던 나도 입에 맞았다. 특히 술은 맥주나 와인 종류가 많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었기에 소주를 준비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술값은 국내보다 비싼 편으로 보였다. 맥주 1잔에 2유로에서 3유로(공짜 안주를 주는 곳도 많지 않음), 와인은 종류에 다라 다르지만 1잔에 3유로(약 4500원)정도인데 2잔쯤 마시면 여행의 기분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숙소는 주로 3성급 호텔을 이용했는데 서양의 3성급 호텔은 한국의 깨끗한 모텔 수준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일본 중국 서유럽 여행 시 4성급 이상의 호텔을 이용했는데 그때에 비해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괜찮았다.
숙소의 격에 따라 같은 코스의 여행일지라도 많은 경우 1백 만 원 차이가 난다. 숙소에 실내화는 없고 면도기를 제공하는 곳도 없다. 어떤 곳에서는 고체비누조차 제공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참고 했으면 한다.
농촌에 사는 사람이라 각국의 농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세히 알 기회는 거의 없었다. 현지 가이드에게 들은 말이 전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럽은 거의 완전하게 친환경 농업을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했다. 때문인지 비닐하우스는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광장의 농산물 가게에서 만난 농민도 기억에 남는다. 토마토와 작은 사과도 저울에 달라 값을 매기는 젊은 상인은 모든 농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natural", "clean" 정도의 짧은 영어로 오간 대화만으로도 자기나라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운 좋게 오스트리아 빈에서 7일 만에 열리는 시장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현지 가이더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서구 유럽 여러 나라는 물론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동유럽의 여러 나라도 식량은 물론 과일 채소 등을 자급하고 있으며 특히 GMO식품의 수입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짧은 시간에 자신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자급하려는 동유럽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을 보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자꾸 GMO 농산물을 무분별하게 수입하는 우리 정부의 농업정책, 우리의 식량 자급률, 그리고 농촌 현실이 크게 보였다. 다시 유럽 농촌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싶다.
서유럽도 그렇지만 동유럽 역시 우리처럼 현란한 간판으로 손님을 유인하는 가게는 없었다. 가게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간판으로 내건 모습도 좋았고, 길거리까지 물건을 진열하는 공격적인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시내의 일반 가게도 우리나라 백화점 수준으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상품을 진열하고 정가제를 실시하고 있었던 점도 우리가 배울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많은 가게들이 대를 이어 운영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확인할 길은 없어 유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