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모습. 이런 행위는 야생동물을 애완동물로 인식하게 만드는 주 요인이다.
전경옥
야생동물을 함부로 사육하고 애완동물처럼 만들지 말아야 할 이유는 우리가 그 동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조건과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하는지, 어떤 질병에 걸리기 쉬운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동물에 대한 연구성과도 많지 않고 극히 일부의 전문가들만 알고 있겠죠. 우리가 개와 고양이를 주로 반려동물로 키우는 이유는 그 동물과 인간이 생활한 역사가 오랜 기간 축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개가 사람과 살기 시작한 지는 1만5000년, 고양이는 4000년이나 됐습니다. 우리는 그 역사적 경험을 단기간 내에 나 혼자만의 의지와 애정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 희귀한 동물을 소유하려고 하는 사람의 심리에는 '개나 고양이는 너무 흔해. 나는 좀 다른 동물을 키우고 싶어'라는 과시욕도 있습니다. 우리가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예쁜 동물을 가지고 싶다. 소유하고 싶다'고 하는 것과 '살아 있는 생명이니 존중하자'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누군가 부산의 한 보호소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봤다고 제보한 글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글은 민주당 장하나 의원실로 접수되었는데, 그 다음 날 의원실에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보호소에서 나오게 해서 보호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곳은 없고. 어디로 보냈으면 좋겠냐'고.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동물원은 서울대공원 동물원밖에 없고, 그곳이 가장 믿을 만하다'라고 답은 했지만, 사실 이런 말도 참 괴로울 뿐입니다.
내가 알기로 개인이 키우다 감당하기 어려워 동물원으로 기증된 동물들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동물원은 개인이 키우다 동물을 버리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안 그래도 포화상태인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이런 루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동물이 유입되어 들어온다면 문제입니다. 그 야생동물이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는 데만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소요됩니다. 조금 특이한 동물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은 수억 원의 시민 세금을 지출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의원실에서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그 보호소에서는 멸종위기 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나자 주위의 동물원으로 보냈고, 그 동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몰랐던 동물원 측이 방심하던 사이 그 동물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찾을 길이 막막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