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와 초고층빌딩? 금자탑과 피라미드?

들온말과 한자말을 구별 지어 우리말의 주인 되기

등록 2013.09.03 17:55수정 2013.09.0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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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토박이말(순우리말)에 한자말과 들온말(외래어)이 곁들어 있다. 토박이말은 본디 있던 우리의 말이라면, 한자말은 한자를 바탕으로 나온 말이요, 들온말은 외국어를 그대로 따와 쓰는 말일진대, 요즘 한자말의 쓰임새를 보고 있자면 들온말과 다름이 없어진 성싶다.

무슨 말인고 하면, 힌두(교)나 노트르담(성당) 따위에서 보듯, 들온말은 외국어의 발음만 따와 씀에 본뜻을 쉽게 알 수 없는 것처럼, 마천루나 금자탑 따위의 한자말도 한자가 담고 있는 바는 제쳐둔 채 한글이 둘러처진 대로 써대는 경우가 숱해 한자말과 들온말이 말글살이에서 다뤄지는 바가 대차 없는 처지이다.

그냥 쓰자면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서도, 한자말이 토박이말은 아닐지언정 들온말보다는 좀 더 익고 살가운 우리말에 가까운지라 임자티를 좀 더 내면서 써야 맞지 않나 싶다. 곧 이름씨(명사)를 부리되 그 밑절미가 뭔지 아는 것이 말글의 임자라 할 수 있을 터이다.

그래서 인즉, 한자말 몇 개를 뒤쳐볼까 한다. 마천루는 초고층빌딩을 일컫는데, 그 한자를 들추노라면 '摩天樓' 즉, 하늘에 닿는 높은 건물을 뜻하는 바, 오로지 '초고층빌딩'으로만 알고 쓸 때 보다 말글 표현에 풍요로움과 웅숭깊은 맛을 가져다 준다.

금자탑은 더욱 흥미로운데, 먼저 사전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번역한 말. 그 모양이 '금(金)'자와 비슷한 데서 온 말임. (2) 길이 후세에 전하여질 만한 가치가 있는 불멸의 업적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흔히 (2)번의 "올림픽 3연패 금자탑"이라든가 ", "찬란한 문화의 금자탑"과 같이 쓰이고 있는데, 금자탑이란 말엔 그 밑절미에 해당하는 (1)번 정의도 담고 있다. 곧 금자탑이라 하면 피라미드의 그 본새가 한자인 금(金)자 꼴과 닮아 일컬어진 말일 터다. 순서에 맞게 금자탑 한자 '金'의 모양새와 (1)번 정의를 헤아린 뒤, (2) 정의를 살피면 그 뜻이 오래 우려 끓인 탕국 마냥 절로 입맛을 돋우고 맛도 깊어진다.

따지고 보면, 힌두교와 노트르담 성당도 한자말로 바꾸어 쓸 수 있을지언대, 즉 '힌두'는 본래 '인도'라는 뜻이요, '노트르담'은 프랑스어로 '성모마리아'의 존칭인 터라, 힌두교는 인도교(印度敎)로 노트르담 성당은 성모원(聖母院) 쯤으로 갈음할 수 있다. 그 결과를 놓고 보자면, '힌두교'와 '노트르담 성당'이란 들온말 안에 담지 못했던 그 본뜻을 한자로 오롯이 드러내주고 있다.

들온말은 보통 로마자로 표기된 말글의 소리를 그대로 본 따 한글로 갈음해 표기한 것이라면, 한자말은 한자에 뿌리를 두고 소리뿐 아니라 그 뜻과 의미도 함께 따온 것임에, 담긴 한자를 가볍게 보거나 모른 채 그냥 둘 때, 결국 한자의 뜻은 버려지고 그 소리만 따온 말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들온말과 진배없을 터이다.


그러나 위 예에서 보듯, 한자말은 그 품은 한자를 살짝만이라도 뒤쳐보면 들온말과는 다를 뿐 아니라, 얻는 성금도 적잖다. 소위 말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말은 말답게 부릴 때 참맛을 낼 수 있듯, 들온말과 한자말을 구별 지어 한자말은 안에 품은 한자를 한자말답게 뜻과 연유를 살펴가며 쓰여짐에 우리말이 바로 설 수 있을 듯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먼저 품을 들여 차근히 한자도 익혀 봄직하다.
#한자 교육 #한자 병기 #국한혼용 #올바른 국어 생활 #한자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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