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탈세 39명 세무조사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자료 400GB 확보... 11명에게 714억원 추징

등록 2013.09.03 12:06수정 2013.09.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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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관련 탈세 혐의가 있는 39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는 국내 30대 기업 오너 중 일부와 그 가족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3일 해외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이중 탈세혐의가 확인된 한국인 39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그중 11명에게 714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지목된 18명은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며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도 오늘부터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김연근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조사대상 중에는 30대 기업 오너와 그 가족, 코스닥 상장업체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 관리관은 "확보한 원시자료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탈세 여부를 검증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면서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행위와는 엄격히 구분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이 이번 조사에 활용한 자료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만 제도 등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의 유령회사와 관련된 400기가바이트(GB) 분량의 원시자료다. 국세청은 지난 6월 초 독자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통해 이 자료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서 추출된 한국인 추정 명단은 총 405명 분. 김 관리관은 정밀 검증을 통해 그 중 267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이중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전재국 시공사 대표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65명이 모두 조세 탈루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관리관은 "400GB의 원시자료 속에는 유령회사 설립과 관련된 이메일 교환 자료라든가 설립비 송금 자료 등 부분적인 재무자료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한국인이 세운 유령회사는 대부분 버진 아일랜드 소재"라고 설명했다.


신원이 확인된 유령회사 관련자들은 대부분 기업인 및 그 가족(96명), 기업 임직원(50명) 등이었으나 무직자(25명), 교육인(4명) 등 비사업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종사자(58명)와 금융업 관련 인원(42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특히 이번에 확보한 자료 안에는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한국인 명단 245명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취재로 260GB의 관련 자료를 분석해 전재국 시공사 대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김선용씨,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이수영 OCI회장,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 연극인 윤석화씨 등이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운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국세청 "나머지 명단에 대해서도 계속 탈세 여부 확인할 것"

국세청은 탈세 혐의가 확정된 이들이 즐겨 사용한 방법으로 4가지 유형을 꼽았다. A업체는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만든 후 이 회사로부터 산업 폐기물을 고가의 원재료인 것처럼 위장·수입하는 방법으로 기업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

B업체는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유령회사 명의로 외국법인의 주식을 샀다. 이후 해외 현지법인이 생산한 제품을 외국법인이 중계무역하도록 했고 여기서 발생하는 소득을 유령회사에 배당하는 방법을 썼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국내법인 사주 C씨는 해외 현지법인에 기술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유령회사를 통해 받았다. C씨가 받은 자문료는 유령회사를 통해 해외계좌에 숨겨졌다.

개인사업자 D는 자신이 국내 업체에 용역을 제공해놓고 자신이 설립한 유령회사가 용역을 제공하는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D씨는 이 방법을 이용해 해외계좌에 자금을 은닉했으며 필요할 때마다 이 돈을 국내로 들여와 부동산 및 고급승용차 구입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현재 나머지 명단에 대해서도 계속 신원확인 및 탈세여부 검증을 진행중이며 관련 혐의가 드러날 경우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한편 국세청은  이와는 별도로 올해 상반기에 역외탈세 혐의자 127명을 조사해 6016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5명에게 4897억 원을 받아낸 것보다 22.8% 증가한 수치다.
#국세청 #유령회사 #전재국 #역외탈세 #김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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