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I '음악의 전시_전자 텔레비전' 전시포스터 1963. 에릭 안테르시 컬렉션. 백남준 국제학술심포지엄(2013년 봄)에서 소개된 영상자료 중 찍은 사진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의 첫 전시는 이처럼 뒤샹의 반미술과 쇤베르크의 반음악을 합친 것 같다. 당시로는 유례가 없고 상상하기 힘든 전시였다. 특히 흥미로운 건 갤러리입구의 정원과 현관, 화장실 욕조와 지하실까지도 복합적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백남준은 작가만 아니라 포스터도 직접 제작하는 그래픽디자이너로 전시장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큐레이터로,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전시를 총괄하는 기획자로 또한 개념미술가로 그 몫도 다 했다. 최근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큐레이터로서 백남준'에 대한 재평가 붐이 일어나고 있단다.
그가 만든 포스터는 영어, 독어, 프랑스어로 쓰여 있는데 16개 주제가 나온다. 지상천국을 연상케 하는 '성인을 위한 유치원'(1), 관념주의를 경고한 '이데아의 물신세계'(2), 사물의 음향까지도 언급한 '소리 나는 오브제'(3), 선불교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선 수행을 위한 도구'(4), 토론 주제 같은 '비인과성과 원리로서 동시성'(15), 일상 속 축제를 강조하는 것 같은 '독일 바보학에 대한 연구'(16) 등이 그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포스터에서 대문자로 강조한 알파벳만 따오면 '추방(EXPEL)'이 되는데 그 뜻은 불분명하다. 냉전과 이념대결을 추방하자는 건지 아니면 서양미술을 추방한다는 뜻인지 보는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