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9>화면 갈무리. 7월 21일.1차 '현대차 희망버스'를 보도하는 7월 21일의 KBS 뉴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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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3사 모두, 보도의 초점은 시위과정에서 벌어진 충돌에 맞춰져 있었다. 특히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했다. MBC는 "'희망버스'가 폭력사태로 변질되었다"고 보도했고, SBS는 대나무 막대를 휘두르는 시위대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당시의 이런 보도 행태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이들로부터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도 당사자였던 KBS조차, 8월 4일자 <미디어 인사이드>에서 '균형 잃은 희망버스 보도' 꼭지를 통해 "언론이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기업의 불법행위 감시에 소홀하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8월 31일,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제 2차 '희망버스' 집회가 열렸다. 이번에는 296일간의 철탑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온 최병승씨 등이 발언대에 올랐다. 집회 참가자는 1200여 명으로, 지난번처럼 사측이 시위 장소를 막아놓지 않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방송사들은 '폭력 없는' 희망버스 집회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충돌' 빠지니 '희망버스'도 사라졌다 결과는 처참했다. 3사 중 9월 1일자 저녁 뉴스에 희망버스 집회 관련 꼭지를 편성한 방송사는 하나도 없었다.
그간 방송사들은 "과격시위가 노사 교섭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희망버스 시위대의 '충돌'이 현대차의 법원 판결 불이행보다 앞서 보도되는 것을 변명해왔다. 지난 7월의 1차 '현대차 희망버스' 집회 보도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희망버스가 폭력사태로 변질되면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했고, SBS <8시 뉴스>는 "희망버스 방문 때문에 노사 교섭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집회가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나자, 방송사들은 이제 본질을 보도하기는커녕 사안 자체를 외면했다. 9월 1일의 저녁 뉴스에서는 '프로야구장의 암표 판매', '벌초 시 주의사항' 같은 꼭지가 1분 넘게 전파를 탔지만, '희망버스'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