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송이가 헐렁헐렁 해야 맛이 있어요"

[인터뷰] '2013 송산포도축제 품평회' 대상 포도농부 심재은씨

등록 2013.09.02 09:42수정 2013.09.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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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글탱글하게 잘 여문 포도.
탱글탱글하게 잘 여문 포도. 유혜준

화성시 송산포도가 제철을 맞았다. 송산포도를 한 번 맛보면 절대로 다른 포도를 쳐다보지 못한다는 게 송산포도 농가의 주장이다. 그만큼 맛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되겠다. 실제로 먹어보면 송산포도가 제일이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포도송이에 자꾸 손이 가게 된다.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경기도 화성시에서 포도축제가 열렸다. 올해 화성 포도축제는 궁평항과 송산면 농협직판장, 마도면 재래시장 이렇게 3군데에서 열렸다. 궁평항에서 열린 '화성포도축제'가 가장 규모가 크지만, 송산면 농협직판장에서 열린 '2013년 송산포도축제'는 작은 규모지만 알짜라고 할 수 있다. 포도 하면 송산면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산면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는 1200여 호에 달하며 연간 생산량은 1만3600톤에 이른다. 연간 판매 예상액은 300억 원 규모다. 그렇기 때문에 포도 수확철에는 화성시 어디를 가도 길가에 포도 상자를 쌓아놓고 포도를 파는 농가를 쉽게 볼 수 있다. 직접 재배한 포도를 농가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송산포도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심재은씨가 재배한 포도.
송산포도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심재은씨가 재배한 포도.유혜준

송산포도는 서해안의 해양성 기류와 일교차가 심한 기후로 인해 캠벨 포도를 재배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포도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익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맛있다는 주장도 있다. 포도판매상자에는 생산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인쇄돼 있는데, 생산자 실명제를 실시해 소비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올해 송산포도축제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는 심재은씨. 심씨는 매년 송산면에서 가장 달고 맛있는 포도를 출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올해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자부심이 사실로 증명됐다.

지난 1일 오후, 심재은씨 포도농장을 찾아갔다. 송산면 봉가리에 있는 심씨의 포도밭 바로 앞에서 포도를 상자에 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심재은씨가 포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심재은씨가 포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유혜준

심씨는 다른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노란색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트럭으로 옮겨오고 있었다. 포도는 플라스틱 상자에서 5kg짜리 상자로 다시 옮겨진다. 그렇게 상자에 담긴 포도는 그 자리에서 판매된다.


심씨의 포도를 찾는 단골손님들은 끊임없이 찾아오고, 나중에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된다는 게 심씨의 설명이다. 심씨의 주장대로 계속해서 손님들이 찾아오고, 포도가 팔려 나갔다. 단골손님들은 한쪽 탁자 앞에 앉아서 심씨가 맛보기로 건넨 포도를 맛보면서 거듭해서 "달고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매년 심씨의 포도를 사러 온다는 한 단골손님은 심씨네 포도가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니까 놀라면서 "맛있어서 매년 사러오는데 역시 그랬네요"하고 말했다.


심씨의 안내로 들어간 포도밭에는 포도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나무마다 하얀 종이에 싸인 포도송이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포도 잎들이 만들어낸 그늘 아래서 포도들이 흑진주처럼 까맣게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심씨가 부인과 같이 재배하는 포도밭은 3곳이며, 생산되는 포도는 3만5000송이에 달한다.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일일이 손으로 포도송이를 솎아낼 만한 규모라는 게 심씨 부인의 설명이다.

 심재은씨 포도밭에 열린 포도송이들
심재은씨 포도밭에 열린 포도송이들유혜준

심씨는 포도송이를 감싼 하얀 종이를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그러자 잘 익은 포도송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갈 정도로 탐스럽다.

"포도송이가 헐렁헐렁 하지요? 포도 알을 일일이 솎아내면 포도송이가 이렇게 헐렁해집니다. 그러면 당도가 높아지고, 맛이 제대로 들지요."

포도는 달기만 해서는 안 된단다. 달면서도 포도 특유의 새콤한 맛이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6월 한 달 내내 포도 알 솎기를 했다는 것이 심씨 부인의 설명이다.

"둘이 앉아서 3만5000송이를 알을 솎아내는 일을 한 달 동안 해요. 6월에 얼마나 더워요. 얼마나 더웠던지 '힙'에 땀띠가 다 났어. 포도를 너무 많이 심은 집은 일일이 다 솎아내지 못해요. 너무 많아서. 우리는 다 하지."

심재은씨는 3군데 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들의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꺼번에 다 익으면 안 되잖아요. 출하시기를 조절해야 단계적으로 판매가 가능합니다."

13년 전, 심재은씨는 벼농사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과감히 벼농사를 접고 포도농사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금방 동이 난다는 것이 심씨의 주장이다.

"매년 포도농사를 짓다보면 올해는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더 맛있는 포도 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심재은씨 포도밭
심재은씨 포도밭유혜준

올해는 다른 해보다 일 주일쯤 포도 수확이 늦어졌다고 한다. 심씨가 포도 수확을 시작한 건 이제 4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막 출하를 시작한 것이다.

"손님들은 날씨가 더우면 무조건 포도가 잘 익는 줄 아는데 그건 아니죠. 올해 너무 더워서 포도수확이 늦어지긴 했지만 잘 익었어요. 맛도 만족할 만합니다. 우리 집 포도가 최고입니다."

그러면서 심씨는 덧붙인다.

"송산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전부 자기네가 생산하는 포도가 제일 맛있다고 합니다. 다들 열심히 맛있는 포도를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산포도축제는 끝났지만, 송산 포도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이했다. 심씨는 추석을 전후해서 생산한 포도가 전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달고 맛있는 송산 포도 맛보기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송산포도 #송산포도축제 #심재은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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