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정상과 가마미해수욕장 풍경
변종만
사실 가볍게 등산하고 가마미해수욕장에 들러 물놀이나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따라나선 산행이라 봉대정, 봉수대, 봉대산, 질마재, 솟대봉, 엑기재, 금정산, 가마미해수욕장 사이에 이름 없는 봉우리가 여러 개 있고 산행거리도 약 7.5km나 된다는 것을 몰랐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등산로가 희미하다. 키만 키운 풀숲을 헤쳐 나가는 일이 쉽지 않은데다 연신 발목까지 붙들고 늘어져 걸음을 더디게 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데 바람 한 점 없고 생수마저 떨어졌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무더운 날씨, 이틀째 산행의 피로, 부족한 생수 때문에 입에서 단내가 날만큼 힘이 든다. 몸의 컨디션이 나빠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논다. 고난은 이겨낸 만큼 보람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작년 공룡능선을 넘을 때보다도 어려운 산행을 하며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바닷가로 나타나는 영광원자력발전소와 폐업한 조선소를 구경하고 헬기장이 있는 높이 264m의 금정산 정상에 올라섰다. 이곳에서 계미항과 가마미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하산 길도 풀숲을 헤쳐 나가느라 한참을 고생해야 한다.
1시 45분경 물에 빠진 생쥐 꼴로 가마미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맥주 1캔과 생수 2병을 벌컥벌컥 순식간에 들이켰다. 갈증이 났던 몸에서 그만큼 물을 필요로 했나보다. 여유가 생기니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