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가 배경인 KBS 사극 <칼과꽃>에 조선의 광화문이 등장했다. 이 장소는 문경의 KBS 세트장으로 경복궁을 모델로 지었는데 현판을 검은 천으로 가린 것이 눈에 띈다.
KBS
다음은 시대적 배경이 고구려인 KBS 수목드라마 <칼과 꽃>의 한 장면. 연개소문의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궁궐로 진격하는 순간. 이번에는 궁궐 문이 조선시대에 등장한 '다포양식'이다. 해당 문의 현판을 검은 천으로 가렸는데 그 생김새가 광화문을 닮았다. 이곳은 실제 광화문을 모델로 제작한 경북 문경의 경복궁 세트장이다. 드라마 <대왕세종>(2008) 세트장으로 처음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사극 속 궁궐이 마구잡이로 활용되고 있다. 배경이 되는 시대와 다른 시대의 건축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일부는 심지어 중국궁궐 용도로 지은 세트장을 우리 궁궐로 둔갑시킨다. 이런 현상은 정통사극을 표방한 일부 드라마에서까지 심심치 않게 보인다.
MBC드라미아, 고려 궁궐 세트장을 고구려·조선 궁궐로 활용 용인 MBC 드라미아의 고려 궁궐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만든 덕에 <신돈> 방영 당시 팬들 사이에서 '개념 세트장'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드라마 종영 후 세트장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시대 사극 촬영 장소로 활용되었다.
드라마 <주몽>(2006~2007)에서 고구려 궁궐로 등장하더니 이후 <이산>(2007~2008)과 <동이>(2010)에서는 조선시대 궁궐로, <무신>(2012)에서 다시 고려 궁궐로 재등장한다. 그 시간 차가 고구려부터 조선까지 무려 1000년의 간격. <주몽>과 <이산>이 성공적인 한류 수출작임을 감안할 때 외국 시청자들에게 우리 전통 건축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