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인클럽 특강> 고미숙 '몸과 인문학, 삶의 비전을 찾아서'<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삶의 비전을 찾아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권우성
그는 이제껏 자신이 전제했던 모든 것들을 되짚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요.
"저는 몸이라고 생각해요. 몸을 가지고 생로병사를 밟아가야 합니다. 몸은 자기 삶의 현장입니다."그 현장은 어떻게 구성될까요. 고 선생은 간단하게 답합니다. 몸이 서 있는 위치를 보면 된다고 합니다. 바로 하늘과 땅 사이에 나의 몸이 있지 않은가라고.
"생명과 우주는 '대칭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믿기지 않나요?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몸을 구성하는 성분은 C(탄소) H(수소) O(산소) N(질소) 등입니다. 이 요소들은 저 하늘의 별들로부터 온 것입니다. 100억 년에 걸쳐 핵 연소 과정을 통해 별에서 생성된 원소들이 바로 우리 신체를 이루는 기본 요소가 된 거거든요. 우리 몸의 모든 장기와 조직 속에 있는 탄소, 뼈 안에 있는 칼슘, 피에 들어 있는 철분, 몸의 수분 속에 들어 있는 산소 등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원소들이 모든 별에서 만들어졌다는 건 현대물리학의 결론과도 통하는 이야기입니다."고대로부터 인간이 별에 비유돼온 것은 이같은 집단무의식의 산물일까요? 아무튼, 고미숙 선생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려면 자기 몸과 삶·사회·역사에 관한 연구가 하나로 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우주와 몸의 정치경제학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몸 안팎의 소통을 제도와 서비스가 차단해버렸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말에 따르면 '제도와 서비스에 의존하는 신체'가 돼버린 거죠. 버블 경제가 만들어낸 욕망을 내면화 하면서 내 몸은 화폐와 교환되고 제도가 관리해주는 영역이 돼버린 겁니다.저는 계급이 사라졌다고 느껴요. 부자들의 부의 욕망, 그걸 모든 계급이 공유하고 있잖아요. 계급이 있다는 건 각 계층마다 윤리와 삶의 형식이 달라야 하는데 그래야 계급 혁명이 새로운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가난한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부자가 누리는 쾌락에 동참하고 싶은 욕망의 다름 아니라면 혁명해봤자 자리바꿈밖에 더 되요? 돈 생기면 똑같이 명품 사고 성형하고 도박(주식·로또)하고. 이런 식의 공유가 분배의 정의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그는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유럽식 복지국가'에 대해서도 반문합니다. 복지가 제도뿐만 아니라 일상의 윤리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청년기·중년기 때 돈을 벌고 자립을 했으면 좀 쉬면서 다시 청년들에게 써야 해요. 그러한 사회적 증여가 결국 내 삶을 배려하는 방식입니다. 가령 세금이 그렇잖아요. 세금도 분명히 기부이고 증여인데 우리는 여기서 소외돼 있어요. 세금을 내는 게 전혀 기쁘지 않아요. 부자만 세금을 피하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도, 서울역 노숙인도 세금 많아지면 이민간다고 해요. 내가 사회의 순환에 동참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가난한 내 친구의 아들에게 학비를 대주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는데 국가가 구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내 신체가 외부와 접속하고 공명하는 능력을 잃어갑니다. 면역 체계가 깨져요. 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의 자살률이 높을까요? 같이 가야죠. 국가의 제도와 일상의 윤리가.""자본주의서 멀어지는 게 대안? 그렇지 않아요"그가 속한 공동체(감이당&남산강학원)에는 10대부터 6080까지 다양한 세대가 공존합니다. 지역도 전국 각처에서 온 분들이라고 하네요. 이들은 '선물의 경제학'과 '더부살이의 힘'을 경험하며 자립과 자치의 일상 윤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모토는 네 가지. 도심에서 유목하기, 세속에서 출가하기, 일상에서 혁명하기, 글쓰기로 수련하기.
"보통 공동체라면 도시를 떠나고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희는 그게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시는 이미 너무 비대해져 있어요. 이 안에서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대안이 아니죠."두 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이날 강연에 청중들의 몰입은 상당했습니다. 청중들의 박수 속에서 '앵콜 강연'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강의를 마친 고미숙 선생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요. 이날 밤, 우리는 모두 삶의 새로운 비전을 찾아 떠나는 앎의 여행자들이었을까요? 오는 9월 11일 열리는 '대기자 김중배' 선생의 특별 강연("말 길과 살 길을 찾아서")에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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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바꾸면 다 된다?... 답은 몸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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