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산 숲길. 나무 숲 사이로 나무널판이 깔린 '데크로드'가 나타난다.
이돈삼
무더위가 길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도 지났는데 아직도 한여름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세상사도 답답하기만 하다. 머리 속까지 전해지는 청량한 바람이 그립다. 제암산(807m)으로 간다. 호남정맥의 끝자락,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봄 철쭉으로 천상의 화원을 연출했던 산이다. 가을에는 억새로 은빛 물결을 이룰 곳이다. 정상의 바위가 임금 제(帝) 자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산 서쪽의 장흥 석대들은 동학농민군의 최후 격전지였다. 동쪽의 웅치면은 석대들 싸움에서 패한 동학교도들이 오랫동안 숨어 살며 항쟁을 했던, 옛날 민초들의 한이 서려 있는 역사현장이기도 하다.
산 정상에 서면 청정해역인 득량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보성의 명물 차밭도 발 아래로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무등산과 제주도까지 보인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전망이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