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업체 홈페이지에 토익 대리시험을 홍보하는 문구. '시험 공부하기 어려우시죠? 아무리 노력해도 오르지 않는 점수! 한 번에 안전하고 확실하게! 시험걱정 끝!'이라고 적혀있다.
하반기 채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9월. 보통 기업들이 서류전형 통과를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제시한 토익 점수(만점 990)는 700~800점 이상이다. 기업의 채용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토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토익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2012년 토익 정기시험 응시인원은 약 208만 명이고, 시험 응시목적으로는 50%의 수험자가 취업이라고 밝혔다. 특히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취업에 성공하려면 토익 성적이 적어도 900점 이상은 돼야 한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취업난으로 치열해진 스펙 경쟁 탓에 토익 점수에 목을 맨다. 이러한 수험생들의 심리를 악용한 토익 대리시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자가 광고를 낸 토익 대리시험업체 7곳에 접촉을 시도한 결과, 3곳에서 연락이 왔다. 기존에 알려진 스마트 폰으로 답을 전송하는 방법을 넘어서 신종수법까지 등장했다. 전문 브로커가 토익 성적 우수자를 알선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불법기기로 답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신분증을 위조해 대리 시험을 봐주는 업체도 있었다. 비용은 한 회 시험당 500만~600만원 선. 950점 이상의 점수를 원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토익대리시험 브로커, '고막 진동기, 지방시험장, 대포폰' 사용"이번에 취업하셔야죠.""최고의 안전과 확실한 점수를 보장해 드립니다."토익 대리시험 전문 브로커 A씨의 말이다. A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업체는 절대 걸리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A씨는 대리시험을 의뢰한다는 기자에게 나이, 기존 토익점수 등 간단한 정보를 물었다. 이어 자신의 업체가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자체 개발한 고막 진동기를 사용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업체들도 있는데, 그건 전파탐지기가 있으면 걸릴 수 있어요. 저희 고막 진동기는 절대 걸리지 않아요. 귀 안에 살짝 붙이기 때문에 초보자도 긴장하지 않고 할 수 있어요. 저희가 시험을 보기 전에 수험자 몸에 자석으로 된 장비를 설치해 드릴 겁니다. 다음 시험(9월 29일)은 가을이니 점퍼 입으시면 감쪽같아요."A씨는 서울이 아닌 대구, 부산 등 지정 고사장에서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서울보다 지방이 관리 감독이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월 10일 정도에 어디로 접수하라고 통지하면 접수하라"며 "시험 전날 합숙을 통해 충분한 예행연습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 브로커들은 알선된 토익 고득점자가 수험장에서 빠르게 푼 답을 전송받는다. 그 뒤에 수험자들에게 고막 진동기를 통해 재전송한다. 토익은 45분의 듣기평가(L/C)가 끝난 뒤에 75분 동안 독해평가(R/C) 순으로 진행된다. 투입된 토익 고득점자들은 해외에서 오래 거주한 한국인들이기에 독해평가를 20분 만에 다 풀고 답을 미리 전송한다고 A씨는 귀띔했다.
이어 A씨는 "대포폰을 써서 9월 동안 이 휴대전화를 쓰고 폐기한다. 전혀 통화기록이 남지 않는다"며 기자를 안심 시켰다. 그는 "비용은 500만 원이고 950점 이상을 원한다면 600만 원"이라며 마지막으로 조언 아닌 조언을 했다.
"조금 비싸도 이번에 취업하셔야죠. 한 번에 안전하게, 확실하게 점수 따놓는다고 생각하시면 비싼 가격 아니에요."시계로 정답 전송받아 '답 a는 1번, b는 2'라고 표시또 다른 토익 대리시험 브로커 B씨. B씨의 업체는 A씨처럼 고막 진동기를 사용하거나 시계를 이용해 답을 전송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비용은 600만 원. B씨는 시계보다는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고막 진동기 사용을 추천했다.
기자가 시계를 이용한 부정 시험 방식을 묻자 B씨는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토익 답안지가 abcd이니 a는 '1', b는 '2'라고 전송하는 것"이라며 "만약 1번 문제의 답이 a이면 시계에 11:01, 답이 b면 11:02라고 표시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토익시험장에서 시계를 착용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B씨는 "한 명이 적발이 되면 같은 시계 장비를 차고 있는 사람을 찾기는 너무나 쉬우므로 시계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B씨 역시 대포폰을 이용해 기록을 남기지 않으며 대리 시험 광고를 하고 있었다. 그는 "소수의 몇 명만 선별해 시험을 치른다"며 "다른 업체에서 원하는 점수를 못 받고 우리 업체를 찾는 분들이 많다"고 홍보했다.
"닮은 사람이 대리 시험 봐... 성공률 100%" 대리시험 이렇게 쉽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