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초원 한 가운데 섰습니다. 다시 안아보는 자유. 거칠 것 없는 대지 위, 시름과 속박을 벗은 몸과 맘. 왜 그토록 그리워했는지. 비로소 숨이 트이고 무위자연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최방식
푸른 유목의 땅은 메말라가고푸른아시아(GA)가 일회용 컵 사용안하기 캠페인을 하며 만든 '텀블러' 때문. 몽골지부에 주려고 100여 개 가져왔는데, 오해를 산 모양입니다. 세관직원들이 여럿 달려들어 우기니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1시간여 실랑이 끝에 통관세를 내기로 했답니다. 쉬 이해되지 않지만, 오랜 사회주의 국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몽골과 5년 만의 재회는 그렇게 오해로 시작했습니다. 푸른아시아 현지 활동가들과 인사를 하고, 울란바타르 도심 숙박지인 '교쿠슈호텔'로 향합니다. 몇 해 전 느꼈던 뿌연 도심과 깡마른 대지의 기억. 생각해 보니 많이 달라진 모양입니다. 현지가 아니라 내 느낌이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숙박지엔 새벽녘에 도착했지만, 그래도 어찌 하나요. 술꾼, 여행지에서 그것도 이역만리에서 그냥 잘 수야 없잖소. 맥주를 좀 달랬더니, 한국산 캔 맥주를 두개 들고 왔네요. 창백해져 가는 도심을 응시하며 어둠속 우두커니 앉아 쓴 음료를 홀짝거렸나 봅니다.
대제국의 기억, 그 뒤 수백년 큰 욕심 없이 대초원을 지키며 살아온 유목민. 근현대 산업·도시화 문명과 그 탐욕이 부른 참화를 앞서 겪어야 하는 억울함. 40여년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온이 1.92도(섭씨, 지구 평균 0.74도)나 올라 호수 1181개, 강 887개, 개울 2096개가 말라버렸고, 국토의 91%가 사막화됐다니. 날벼락 아니고 뭐겠소. 온난화 주범이 찾아와 초원에 나무를 심자 했을 때는 기가 막혔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