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단체 및 사제들 시국현황. 자료는 <카톨릭뉴스 지금여기>를 참조했습니다.
김동수
지난 21일 서울대교구 사제 262명도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포기하면서까지 국가안보와 국익의 토대인 민주의 가치를 허물어뜨렸다"는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지난 26일 천주교 수도자 4502명은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성당에서 신약 루카복음 19장 40절 "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는 말씀을 제목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정한 선거가 필수적"이라며 "이것을 침해하고 위협하는 그 어떠힌 행위도 자유 민주주의의 정신과 실천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공동의 선은 소수 권력자들의 특권과 지배와 불법을 용인하는 순간 아주 쉽게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고쳐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그 어떤 공동의 가치도 기꺼이 나누려 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사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들은 권력의 그 어떤 불법과 특권에도 결단코 반대하며, 민주사회에서의 건강한 삶이 온전하게 회복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추기경님, 침묵은 금이 아니라 죄입니다하지만 정진석 추기경이 국정원 부정선거에 관련해 입장을 표명한 것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사제들과 수도사들이 국정원 부정선거에 대해 성직자와 신앙인으로 양심으로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이 분노하고 있는데도 침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독재권력이 민주주의를 배반하고, 시민을 탄압할 때 앞장 섰습니다. 이는 이념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 문제입니다.
사실 정 추기경은 이명박 정권 이후, 정치 현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오히려 정권 정책에 대해 옹호하는 듯한 반응까지 보여 천주교 내에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0년 12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그건 자연과학자들이 다루는 문제다"면서 "토목 공사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다룰 문제지 종교인들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발언이 알려지자 천주교 원로사제들은 "정 추기경의 말씀에 부끄럽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용퇴"를 촉구하는 성명까지 발표했습니다.
명동성당은 1980년대 '민주성지'였습니다. 독재자 전두환도 결코 짓밟지 못했습니다. 그랬기에 학생과 노동자들은 공권력에 내몰리면 명동성동에 들어갔습니다. 구약시대 '도피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권력에 저항하다가 피해다니는 이들은 명동성당이 아니라 '철탑', '크레인', '송전탑' 위에 오릅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 정진석 추기경 행보도 한몫했을 거라 봅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습니다. 국정원 부정선거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회피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 추기경이 나서야 합니다. 사제와 수도사 수 천명 시국선언보다 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 국정원 부정선거는 진보와 보수 같은 이념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유린 당한 일입니다. 이것을 침묵한다면, 성직자로 자기 책임을 방기하는 일입니다. 침묵은 금이 아니라 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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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님, 더 이상 침묵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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