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7일 오전 10시 세종로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재통합을 뼈대로 하는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시연
세계적 상업투자은행(CIB)을 만들겠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꿈이 결국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정책금융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2009년 산업은행(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을 다시 합치는 게 골자다. 이명박 정부 핵심 정책이었던 '산은 민영화'를 결국 백지화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6월 산업은행을 세계적 상업투자은행으로 만들겠다며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리만브라더스 서울 대표 출신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영입해 파산 직전의 리만브라더스 인수 직전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MB, 금융위기에도 산은 민영화 밀어붙여... 구조조정 불가피마침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숱한 반대 여론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실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산은 민영화에 투입하는 무리수를 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민영화 백지화 수순을 밟기 시작했고 산은금융지주 역시 내년 7월 '통합 산은' 출범과 함께 사라지게 됐다.
민영화 중단 이유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시장여건 악화 등으로 당초 민영화를 결정할 때보다 산은 민영화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면서 "오히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안전판, 기업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기능 강화 필요성이 늘어나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합 산은에 국내 정책금융기능을 단일화해 창업·벤처기업 지원,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기업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전문성을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구현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만수 전 산은지주회장 시절 공격적인 소매금융 확장 전략에 따른 점포 확대와 고졸 행원 채용 확대도 된서리를 맞게 됐다. 그동안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일반 고객 대상 수신 영업과 대기업 여신 업무를 강화해온 탓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졌다.
고 사무처장은 "소매 금융 업무는 고객 불편을 고려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지점 확대나 다이렉트 예금 신규 유치 등은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고 사무처장은 "2009년 10월 분리 시점보다 인원이 790여 명 늘고 예산도 늘었다"면서도 "인력 구조조정은 최소화하고 안정적 통합 정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소매금융이나 투자은행 업무에 활용하려고 뽑은 인력들을 정책금융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력 대량 이탈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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