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통행이 없는 다리 위에서 고추 말리는 풍경
이승철
지난 23일은 처서로 24절기 중 14번째 절기다. 처서(處暑)라는 절기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절기는 태양이 황경 150도에 이른 시점으로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와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 사이에 들어 있는데, 음력으로는 7월 15일 무렵에 드는 절기다.
옛날부터 요즘에는 논둑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했다. 이때쯤이면 나무나 풀도 성장을 멈추고 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모기도 힘을 잃는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농부들은 봄여름에 사용했던 쟁기와 호미를 깨끗이 씻어 갈무리했다. 바쁜 농사철이 지나고 가을 추수 전까지 비교적 한가하기 때문이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이 있다.
뜨겁고 무더웠던 계절이 지나가고 가을이 온다는 신호처럼 풀숲에선 귀뚜라미 소리가 처량하다. 해맑은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뭉게구름은 정말 가을이 타고 온 풍성한 선물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그런데 이 무렵이면 고추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농한기가 무색하게 바쁜 나날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