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리 평밭마을 농성장
빈진향
"위양에 경로당이 네 군데인데 이 사람들이(한전 직원) 보여주지도 않고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도장을 받았어요. 근데 내 도장이 안 들어가니까, 내가 동장이고 우리 부락 도장을 다 갖고 있으니까 자꾸 말을 하는 거야. 다른 면은 돈 받고 논 사고 그랬는데 이장님도 어여 도장 내서 돈 받으라고. 내가 도장을 안 찍어주니까 밤에도 찾아와 몰래 만나자 하고 나중에는 우리 방에까지, 내가 안 만나주니까 즈그 엄마, 즈그 이모하고 같이 찾아 왔어예, 선물까정 사 들고. 내 다 돌려 보냈다. 너거들이 그렇게 떳떳해서 내랑 할 말 있으면 움막(농성장)에 온나, 하면 안 오거든. 그래 놓고 움막(농성장)에 구들 놔서 군불 땠거든, 할매들 겨울에 따시게 한다고. 그랬더니 한전 편에 선 사람이 시청 산림과에 전화를 해, 내가 나무 벤다고. 도장 안 찍어주고 반대한다고 트집 잡는 거지. 와봐라, 눈으로 봐야 할 거 아이가? 내가 소나무 베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죽은 나무 땠는데 뭐가 문제고? 내가 즈그 땅 달라카나, 돈을 달라카나, 내 땅, 내 조상 지킨다는데 누가 뭐라카노?"(위양리 권영길 이장님)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주체인 한전이 경과지 선정에서부터 사업추진, 공사를 진행하는 전 과정에서 당사자인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거나 공감대를 얻으려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합리적인 토론과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밀양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은 지난 7월, 한국전력(한전)이 '송전설비 건설에 반영되어야 할 이해당사자(주민)의 의견을 배제'하고, '요식행위에 불과한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로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구체적이고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무리한 공사강행과 용역투입으로 위압감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한전이 송전탑 건설에 대한 주민동의를 얻기 위해 피해가 심각하지 않은 대상과 합의한 뒤 대부분의 주민들이 합의한 것처럼 보도해 과장된 정보를 유포하고 마을 공동체에 갈등을 일으키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자신의 생명권, 재산권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중차대한 결정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없다면 얼마나 부당하고 억울할까? 주민들의 이야기가 근거 없는 뜬 소문이라면 한전은 왜 설득력있게 해명을 하지 못하는가? 직접 피해를 입게 될 당사자들을 따돌리고 투명하지 못한 한전이야말로 괴담과 유언비어의 진원지가 아닐까?
송전탑 강행의 진짜 이유는 원전 수출?잇따라 터진 불량부품, 납품비리 등의 '원전비리'는 한전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한전이 송전탑을 밀어붙이는 게 우리나라 전력난 때문이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때문이라 안 합니까?"(상동 고정마을 하윤기 어르신)어르신이 품 속에서 꺼내 보여주신 것은 '송전탑 강행 진짜 이유는 원전 수출?'이라는 제목으로 <시사IN>(제 298호/2013년 6월 1일)에 실린 기사를 복사한 것이었다. 기사 내용은 5월23일 기자간담회에서 변준연 전 한전 부사장이 "UAE(아랍에미리트)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 원전이 모델이 됐기 때문에 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라고 한 발언을 다루고 있다.
신고리 3호기는 한국이 자체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APR1400' 방식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모델이고, 한전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와 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신고리 3호기를 준공해 안정적인 모델임을 입증하겠다고 했으며 계약서에 "만일 신고리 3호기가 준공 시점을 넘기고도 가동되지 않을 경우 매달 공사비의 0.25%에 해당하는 지체 보상금을 부담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내용을 다룬 경향신문기사는 "한전은 신고리 3호기가 계획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전력 수급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강조해왔다"며 "하지만 오는 10월 100만㎾ 규모의 신월성 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정부도 올해와 내년 전력예비율을 각각 7.4%와 16%로 전망하고 있어 한전이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고리 3호기의 발전량도 140만㎾로 전체 설비 총량 8100만㎾의 1.7% 수준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전 국민에게 '블랙아웃'의 공포를 심어주며 공사를 서두르는 진짜 이유가 '원전수출' 때문이며 '짝퉁 부품'으로 문제가 된 신고리 3호기의 발전량은 현실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득 지난 정권 전직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까지 날아가 '원전수출'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원전이 차세대 수출 산업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으나 이와 관련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자금의 절반을 한국 쪽이 책임지기로 했다는 자금조달 관련 의혹, 원전수출의 대가로 특전사 파병을 약속했다는 의혹, 무리하게 수주를 하기 위해 덤핑 수출을 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는 의혹, 핵폐기물을 아랍에미리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처리하기로 되어 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어 왔다." (2013년 5월 27일 녹색당 논평)우리는 과연 한전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