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 스타인 박웅현 TBWA코리아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21일 오후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잡스> 시사회에서 앞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시연
박웅현이 이른바 '성경'으로 불리는 전기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지음)를 읽으면서 쓴 메모 한 토막이었다. 박웅현은 "창의력의 핵심은 집요함인데 잡스는 자기 생각에 대해 확신을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게 나올 수 있었다"면서 "부정적인 요소를 객관적으로 보면 일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현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영화 속에서도 이런 잡스의 '현실 왜곡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때 자기가 걷어찼던 '매킨토시' 아이디어를 다시 받아 성공시킨 이야기랄지, 딸 리사를 자기 딸로 인정하지 않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창업 동료들에게 주식 한 장 남기지 않은 것도 회사를 위해 공헌한 게 없고 앞으로도 기대할 게 없다는 '자기 합리화'였다.
하지만 이런 '현실 왜곡장'은 결국 첫 그래픽 기반 사용자 환경(UI)인 매킨토시를 비롯해 픽사 애니메이션, 아이맥, 아이팟과 아이튠즈, 아이폰와 앱스토어, 아이패드 등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이어졌다.
"창의력은 우리 각자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무엇인가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가 왜 IBM을,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가야 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뽑아내려는 고집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게 잡스다."박웅현은 잡스가 생전에 월터 아이작슨을 통해 자신의 전기를 직접 남긴 점에도 주목했다. 박웅현은 "내가 죽고 나면 온갖 시정잡배들이 내 책을 쓸 텐데 제대로 된 책이 나올 리 없어,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아이작슨을 불러 책을 쓰게 한 것"이라면서 "잡스는 완결형 인생을 산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잡스 사후 애플의 변화에 대한 한 관객 질문에도 박웅현은 "예측을 할 수 없지만 과연 잡스 DNA를 애플에 얼마나 심었나 하는 시험이 될 것"이라면서 "잡스가 진짜 선수라면 자기가 빠져도 (애플에) DNA를 남겨야 한다, 팀 쿡도 사실 스티브 잡스(의 DNA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