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태안반도를 형성하고 있는 충남 서북부의 가로림만 항공사진이다. 서산시의 대산읍, 지곡면, 팔봉면과 태안군의 태안읍, 원북면, 이원면이 가로림만을 싸고 있다.
충남도
나는 오래 전부터 '가로림만'을 의중에 담고 있었다. 가로림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늘 내 안에 있었다. 가로림만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기도 했다. 가로림만의 어귀를 통째로 막아 댐을 만들고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이른바 '개발귀신'의 획책을 목도하게 되면서 천수만 상실의 아픔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가로림만은 태안반도를 형성하고 있는 또 하나의 만이다. 남쪽의 천수만보다 훨씬 큰 만이고, 태안반도뿐만 아니라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만이다. 우리는 예전에 천수만과 남양만을 잃었고, 아산만의 일부를 잃었으며, 얼마 전에는 새만금도 잃었다. 일제가 작은 만들을 거의 농토로 만들었고, '개발귀신'에 사로잡힌 우리 정부는 무제한적으로 대단위 간척사업을 벌여 수산자원의 보고이며 바다 생태의 요람인 거대 만들을 육지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하여 세계에 자랑할 만한 만(灣) 형태의 대단위 갯벌은 이제 가로림만만 남게 됐다.
그런 가로림만마저 조력발전이라는 이름의 개발귀신에 먹혀 갯벌의 생태기능이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거대 댐으로 바다가 막히면 댐 안의 바다는 정상적인 순환이 정지되고 갯벌의 생태기능이 마비됨으로써 그야말로 죽은 바다가 된다. 댐 안에 물을 가두었다가 썰물시 낙차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조력발전을 얻는다는데, 수심 상승으로 말미암아 160km 가로림만 갯벌의 3/2를 잃게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가로림만 바닷물의 정상적인 순환이 가로막히는 순간부터 바다의 죽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세계 기준으로 조력발전은 친환경에너지가 아니다. 바다의 생태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너무도 크다.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쓸모가 없어진 경기도 시화호에 억지로 만든 시화호조력발전소 외로는 지난 50년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조력발전소가 건설되지 않았다. 우리보다 조력발전의 여건이 좋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조력발전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 그만큼 바다 생태 보존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기를 쓰고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쪽은 당연히 전략생산의 중요성을 적극 주장하지만, 가로림만 조력발전소에서 얻는 전력은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에서 생산하는 연간전력량의 2.7%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정도의 전력을 얻기 위해 가로림만의 입구를 댐으로 막아 환경파괴를 자행한다는 것은 소탐대실의 전형이 될 수밖에 없다.
가로림만은 2005년 해양수산부 조사 결과 우리나라 갯벌 중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곳으로 밝혀졌고, 2007년의 환경가치평가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전국 1위로 판명된 곳이다. 또한 2007년 12월 해양수산부의 연구용역 결과 환경비용을 포함하면 비용 대비 편익이 0.81배에 불과할 만큼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