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심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유성호
저는 '광주'입니다. 그렇습니다. 전라남도 유일의 광역시 그 광주 맞습니다.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제1호인 조명철씨가 그토록 못마땅하게 여기는, 바로 그 광주입니다. 연일 날도 뜨거운데, 그 조씨 때문에 요며칠 잠 한 숨 제대로 못 잤습니다. 밤새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오늘 작심하고 말 좀 하려고 이렇게 나왔습니다.
정말 너무들 합니다. 도대체 제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제가 낳은 이 땅 자식들 때문입니까. 1980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 자식들 수백 명이 며칠 새에 불귀의 객이 됐습니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산 목숨 초개처럼 버렸습니다. 제 몸은 피로 물들고 무등산 골짝마다엔 원혼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렸습니다.
그럼에도 온갖 핍박이 이어졌습니다. 허나 언젠가는 그 뜻을 알아주리라 믿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그 '미련한' 자식들을 이 나라의 양심은 잊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그리 됐습니다. 제 자식들이 묻힌 땅은 국립묘지가 되었고, 기억만으로도 가슴 먹먹해지는 오월 그날은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기리는 국가기념일이 되었습니다. 서러움과 원통함으로 막힌 가슴 뻥 뚫리는가 싶었습니다.
헌데 그런 기대가 성급했었나 봅니다. 많은 이에게, 제 이름 두 글자는 여전히 '천형'처럼 따라다닙니다. 또 다른 많은 이에게, 제 이름 두 글자는 '불온'의 다른 이름이 되고 있습니다. 제 이름 두 글자는 누군가에는 서럽고 억울한 기억의 아픔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는 정체 모를 공포의 근원입니다.
도대체 제가 왜 이래야 합니까. 저는 제가 광주이고 싶어서 광주가 된 것이 아닙니다. 서울이 서울이고 싶어서 서울이 되지는 않았겠지요. 부산과 대구와 대전과 수원들이 각각 그 자신이 되고 싶어서 그곳에서 터잡고 살고 있겠습니까. 이 자명한 이치를, 왜 어떤 사람들은 그다지도 모른 체할까요.
광주라는 이름에 담긴 다른 뜻... '불온''연좌'란 말이 있습니다. 혈연 관계로 인해 당사자가 아닌 친족들이 처벌을 받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연좌제는 뿌리가 깊습니다. 역사책을 뒤적여 보니 고대 부족 국가 부여에도 있었습니다. 부여의 연좌제는 사형을 받은 자나 살인자의 가족을 노비로 만드는 식이었습니다. 연좌제는 1894년 갑오경장으로 폐지되기까지 오랫동안 많은 이를 옥죈 전근대적인 악습이었습니다.
뜬금없이 웬 연좌제냐구요. 예의 조씨가 퉁방울 눈을 부라리며 현직 경찰인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을 향해 던진 말 때문입니다.
"광주의 경찰인가, 대한민국의 경찰인가?"
권 과장이 '광주의 경찰'이면 문제가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연좌제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차별받고 핍박받는 것이니, 일종의 연좌제라고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