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의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장은 19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미란다, 부칙 7조 그리고 모든 기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가디언>의 지하실에서 2명의 영국 GCHQ(정보통신본부) 보안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드 드라이브를 파기했다"고 폭로했다.
가디언 화면캡처
7월 16~19일. 정부의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 전화와 만남이 이어졌다. 이들은 <가디언>에게 "법적 절차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의 변호사는 정부가 공공 비밀 보호법 등을 통한 법적 절차를 밟게 되면, <가디언>이 보도를 할 수 없게 되거나 강제로 자료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스브리저 편집장은 "나는 영국 정부에게 미국과 브라질에도 사본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 확실해지자 영국에 있는 사본을 파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취재원 보호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러스브리저는 "영국 정부가 스노든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알도록 돕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기록을 통째로 넘기게 될 경우, 어떤 언론인이 그것을 보았는지 또 작업했는지 분석될 위험성도 있었다.
결국 러스브리저는 런던에 있는 사본을 파기하고 미국이나 브라질에서 보도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1971년, 베트남전의 진실을 다룬 '펜타곤 페이퍼'가 미 법무부의 소송 끝에 언론을 통해 보도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가디언>은 7월 20일, 사무실 지하에서 자신들의 손으로 하드 드라이브를 파기하던 날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를 가져 온 언론과 정보기관의 독특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국가안보와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요구 사이의 매우 이례적이고 물리적인 타협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상징적인 행동이었다. 양측 모두 알고 있었다. 다른 사본이 영국 밖에 있다는 것을. 21세기 정부의 감시에 대한 보도는 계속되리라는 것을. 자료는 파기됐지만, 이것은 취재원과 저널리즘을 보호했다."이후에도 <가디언>은 스노든의 문건을 토대로 미국이 GCHQ에게 도청업무의 대가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내용 등 계속해서 '특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국 정부가 <가디언>에서 스노든 문건 관련 보도를 하고 있는 글렌 그린월드의 연인 데이비드 미란다를 '테러법 2000' 부칙 7조에 따라 런던 히드로 공항에 9시간 동안 구금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압력에 대한 <가디언>의 폭로는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미 백악관 대변인 "상상도 못 할 일" 한편, <가디언> 편집장의 폭로에 대해 미국 백악관 대변인 조시 어니스트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20일 일일 브리핑에서 어니스트는 '오바마 정부는 국가 안보 보호를 위해 미국 언론사에 들어가 언론사의 하드 드라이브를 파기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미 정부는 전날에도 데이비드 미란다의 구금과 관련해 영국 정부로부터 구금 전 미리 내용을 전달을 받기는 했지만, 자신들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영국 정부와 거리를 뒀다.
미란다 구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영국 정부는 테러법 적용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영국 내무장관 테레사 메이는 "만약 경찰이 누군가 그의 소지품이 매우 민감한 훔친 정보이고, 테러리스트를 도울 수 있으며, 누군가의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면 경찰의 행동은 옳다"고 말했다.
크리스핀 블런트 전 영국 교정 장관은 이날 '채널4'에 출연해 "테러 이슈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에 테러법을 적용한 것은 의회가 통과시킨 법에 불명예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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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뒤흔든 특종 문건, 왜 언론사에서 파기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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