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는 20일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훈 주교 주례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사진은 이용훈 주교가 시국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모습.
김한영
이용훈 주교는 시국미사에서 "오늘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국가정보원의 처신과 행태로 인해 파선 위기에 직면한 나라와 국민의 분열과 혼란이 원만하게 수습돼 안정을 되찾기 바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는 민의를 통해 국가 지도자를 뽑는 가장 중대한 일이었다"며 "그럼에도 국정원은 특정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위해 그들이 가진 정보망을 불법적으로 동원,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민의를 왜곡하고 국민의 민주적 열망을 무참히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은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를 저버리고 불법을 저질렀다"면서 "비밀엄수의 임무와 사명을 망각하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으로 공개해 외교적 관례를 파괴하고 나라의 위신과 품위를 크게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이 주교는 "국정원을 감시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국회조차 뇌사 상태에 빠져 있어 국정원 청문회는 올바르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최근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언론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 눈과 귀, 입 역할을 해야 할 대중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나무랐다. 그러면서 "우리는 언론이 양심적으로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고,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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