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마을 노인회관 게이트볼장에서 악기 연주를 하고 있는 암태중 아이들
이혁제
"제 고향은 인천입니다. 대학을 목포에서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이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제가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를 떠날 수 없는 것은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 때문입니다. 또한 도시 아이들보다 섬 아이들의 예술적 감각이 훨씬 더 뛰어난 것을 발견하고 음악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 간 낙도 아이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홍명진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말이다.
신안1004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섬으로만 이루어진 신안군 초, 중학생 60여명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신안군 압해초등학교 강당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악기 연주 연습을 한다. 인근 암태, 팔금, 자은, 안좌 등 섬에서 배를 타고 나온 아이들은 자신보다 더 큰 악기를 들고 힘들어하지만 표정만은 무척 밝다.
악기 구입 등 모든 비용은 전액 무료이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사)미래를여는문화회의 후원금과 이들의 운동을 뒤늦게 알게 된 신안교육청의 지원 그리고 10명의 자원봉사 강사들의 재능기부로 충당된다. 하루하루 살기 빠듯한 농어촌 학부모들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것이다. 피아노 학원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던 아이들이 바이올린, 트럼본, 오보에, 섹소폰 등 최신 악기를 만지고 놀면서 자신들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금은 배편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태풍주의보가 발효되면 이들의 연습은 불가능하다. 홍명진 지휘자가 연습이 있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이다. 압해초 강당에서 이루어지는 오케스트라 연습은 섬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악기 연습을 넘어 고립된 섬에서 탈출하여 세상과 소통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이들에게 세상 사람과 더불어함께 살아가기를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방과후에도 집에 가지 않고 연습에 몰두하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