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혁신활동가들이 운영하는 경의선 폐선부지의 상설시장 '늘장'의 모습. 퇴근하는 시민들이 독특한 장터 분위기와 물건에 관심을 보인다. 공덕역 1번 출구에서 가깝다. 8월에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개장한다.
장정규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집안의 중고품을 내놓고 파는 일반적인 벼룩시장과는 다른 점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일단 생소하다. 협동조합, 친환경, 수공예품 같은 단어들이 눈에 띄고 내어놓은 물건들은 다채롭고 아기자기하다. 컨테이너 시설물들도 투박하기는커녕 도리어 예술적이다. 공덕역 방향으로 입구에는 '늘장'이라고 적힌 기가 휘날린다. 늘 열리는 장터라는 뜻이다.
늘 열리는 장터 '늘장', 이곳이 보통의 벼룩시장과 다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운영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혁신활동가들(단체명 : 어반라이트)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현장에서 체험과 학습, 자기성장의 과정을 밟는 그들은 연초부터 경의선 폐선부지에 관심을 가졌다. 그대로 두면 전부 비슷비슷하게 공원화될 텐데 일부라도 조금은 다르게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이다. '공공 공간을 시민과 함께 창의적으로 꾸미는 것', 그들은 잡은 혁신활동의 방향이었다.
중금속 가득한 폐선부지 위 생명의 공간 청년들은 일단 장터를 생명의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대량으로 생산된 물건들이 바쁘게 소비되는 장터가 아니라, 느리지만 생명의 오고감이 있는 장터를 구상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수제품, 환경을 생각한 제품, 손때 묻은 중고품,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상인들과 계약을 맺었다. 고장 난 물건을 고치고 공유하는 사회적기업들과 생산자-소비자의 공생을 목표로 하는 지역농산물 판매점도 인상적이다.
장터 가운데 텃밭은 오랫동안 철길이었던 관계로 중금속 오염이 심해 식용 작물을 심을 수가 없다. 그래서 토지를 정화하는 회복 절차에 들어갔는데 식물재배정화법을 썼다고 한다. 중금속을 흡수하는 식물을 심어 친환경적으로 오염된 환경을 복원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절기상 가장 적합한 메리골드를 심어놓은 상태다. 노랗고 도톰한 꽃송이는 꽃송이대로 화사하고 뿌리로는 토양을 살리는 메리골드가 건강한 젊은이들처럼 줄지어 햇살 아래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