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세법개정안 관련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김동환
지난 8일 정부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민주당이 가장 강조했던 단어는 '세금폭탄'이었다.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중산층 일부의 세 부담이 몇만 원가량 늘어났다는 것이다.
비판 여론이 일자 박근혜 대통령은 개편안 원점 검토를 지시했고 현오석 부총리는 이날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중산층 세부담 완화를 위해 세부담 기준을 기존의 연봉 3450만 원에서 5500만 원 선으로 올리자는 안을 제안했다.
바뀐 안에 따르면 연봉 5500만 원까지는 늘어나는 세부담이 전혀 없고 연봉 7000만 원까지의 중상층도 세부담이 2~3만 원 늘어나는 선에서 그치게 된다. 정부의 발빠른 대응에 '세금폭탄론'이 머쓱해진 셈이다.
이날 토론회장을 찾은 민주당 내 '세무통'인 이용섭 의원은 토론회에 앞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부자감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금폭탄론이 문제가 아니라 부자감세 유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마련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부담 기준만 (연봉 5500만 원 선으로) 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아직도 문제가 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최재성 민주당 의원 역시 "이번 개정안의 핵심 문제는 부자감세가 철회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증세를 수용하려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없어야하고 조세공평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진 셈"
이날 민주당 측 인사들은 너나 할 것없이 '부자감세 철회'를 중점적으로 거론했다. 홍종학 의원은 "정부는 소득 구간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논리에는 허구성이 있다"며 "부자감세 철회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초 소득 구간 쪽으로 논의를 이끌어간 것은 민주당 측이었다. 이날 토론회 패널들 머리 뒤에 걸린 현수막에도 여전히 '세금폭탄'이 강조돼 있었다. 패널로 참석한 당 외부 인사들은 이번 개정안이 대선공약을 이행하기에 부족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고 과세공평성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다고 평가하면서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민주당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몇 만원 세금을 더 내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처음부터 부자감세 문제를 지적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발제를 맡은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중산층의 세부담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개정안에서 중산층 과세 내용이 제안됐을 경우 세부담 경감보다는 소득 계층간 세부담의 공평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보편복지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월 1만3000원 세금이 늘어난다고 세금폭탄론을 강조한 것은 진지한 비평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보편복지와 증세는 원래 등을 맞대는 관계인데 부적절한 세금폭탄론이 보편복지에 대한 민주당의 진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가 세부담 구간을 올렸으니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진 셈"이라며 "대기업과세 감면 조치를 축소시키는 것이 핵심이며 이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안 수정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