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저지' 서명 받는 김한길12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중산층과 서민을 벼랑으로 내모는 증세이기 때문에 세금폭탄"이라고 비판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백화점 앞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남소연
거꾸로 초기부터 비판의 초점을 '서민 증세'가 아닌 '대기업 과세'로 갔다면 이처럼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까? 오 위원장도 이런 현실은 인정했다.
"(대기업 과세 문제가) 이슈가 되긴 어려웠을 거예요. 오히려 전화위복이죠. 세금 폭탄으로 밀어붙이니 국민들 조세 저항이 일어났어요. 앞으로는 이 부정적이고 과거지향적인 조세 저항 열기를 복지에 대한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 열기로 바꾸는 게 중요해요. 비로소 국민들도 세금에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언론에서도 증세 요구가 나오고 있어요. 민주당도 세금폭탄론 때문에 앞으로 증세 논쟁에서 멍에를 지게 됐지만 시민사회와 잘 연대해 조세개혁, 복지증대 에너지로 밀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어요."사실 이번 논쟁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진보 진영의 뿌리 깊은 불신도 한몫했다. 이번 증세로 늘어난 세금이 복지예산으로 쓰일 거란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득세, 법인세는 일반세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에 쓴다고 한들 국민들이 믿기 어렵죠. 정부 지출에 대한 불신 때문에 복지증세는 '복지목적세'로 가야 해요.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세목에다 지금 내는 것에 1/5씩만 더 내서 연 20조 원 받아 그걸 다 복지에 쓰자는 거죠. 그렇게 하는 게 지금 열기를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게 바로 사회복지세죠."
복지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사회복지세'는 모두 복지에만 쓸 수 있는 목적세로 소득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법인세에 20%를 더 부가해 연 20조 원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일반 개인도 지금 소득세 20%를 더 부담해야 하지만 그만큼 복지 혜택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대다수 가계는 이득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대선이 있는) 2017년이 목표예요. 보편복지 세력이 집권하려면 많은 재정이 필요한데 지금 정부처럼 지하경제 양성화하고 세율 좀 올리는 걸로 돈이 마련되지 않아요. 이때 사회복지세 도입을 놓고 복지 의제 전선을 만들어야 해요. 지난 총선과 대선 때도 보편복지를 얘기했지만 의제 전선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어요. 2010년 무상급식은 월 5만 원짜리니까 큰 건 아니었지만 민생 의제였고 논점이 정확해 폭발성은 컸어요. 대한민국에서 20조 원짜리 복지목적세 도입이 중요한 논점이 되면 선거에서 전선을 가르는 효과가 있을 거예요."
오 위원장은 이번 세법개정안 논란을 계기로 복지목적세가 공론화되기 시작해 내년쯤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복지목적세에 맞설 보수진영의 카드로 부가가치세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내년 정도 되면 '지출 합리화'니 '지하경제 양성화'니 하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 가계부 견적들이 나와요. '지하경제'에 석유가 묻혀 있는데 너무 깊어 파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든지, 파봤자 얼마 안 나온다든지 결론이 날 텐데 이미 내놓은 복지 정책은 외통수라 돌이킬 수 없어요. 그러면 증세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게 부가가치세죠. 부가세는 지금도 연 60조 원 규모라 10~20%만 올려도 6조~12조 원이 들어와요." 오 위원장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국 보수세력과 진보세력간에 부가세 대 사회복지세, 간접세 대 직접세 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지금 민주당의 세금폭탄론을 자충수로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저쪽에서도 부가세 인상분을 복지 목적에 쓰겠다고 하겠지만 간접세냐 기존 직접세에 한방 더 매길 거냐가 싸움이 될 거예요. 그런데 지금 민주당처럼 세금 폭탄이라고 주장하면 저쪽에선 세금을 늘릴래, 세금 늘리지 않고 복지를 점진적으로 할래 묻게 될 테고 국민들이 저쪽으로 가겠죠. 민주당도 비판할 명분이 없어지는 거죠."
한편으로 오 위원장은 이번 주말 반전을 계기로 세금폭탄론의 위력이 한풀 꺾이길 기대했다.
"세금 폭탄이라는 게 사실 중간 계층에 큰 게 아니라는 실체를 알게 됐어요. 세금 폭탄은 서민들에게 터지지 않고 부자들에게만 터진다는 사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그런 점에서 이번 주말 반전은 의미가 있어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0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역풍 맞은 세금폭탄론, 복지 증세엔 전화위복"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