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제7차 실무회담의 성공조건

등록 2013.08.13 16:04수정 2013.08.1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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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부터 26일까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하 회담)이 6차례 개최되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책임소재'와 '재발방지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지난 7일 북한이 '8·14 회담'을 제의했고 남한이 수락함으로써,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희망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번에는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물론 6차례의 결렬 이유를 분석하고, 그에 합당한 처방을 내리면 가능하다. 그러나 실패한 과거 전략을 고집한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회담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가? 남한 정부는 북한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책임회피'와 '재발방지책 미비'를 이유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남한의 '책임 전가'와 '피해보상 요구' 때문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대한 반격에 불과하다. 외교는 이익을 배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책임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도 마찬가지이다.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개성공단의 무조건적 유지'에서 단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반응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회담 실패는 북한에 대한 몰이해와 외교 매뉴얼 무시로 결론지을 수 있다. 먼저 개성공단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남한이 '갑의 위치'라는 생각이다. 틀렸다. 북한은 독재체제이기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가 정권 안위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잉여 인력은 중국을 비롯한 우방국으로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외교는 설득→타협→위협 순서로 상승시켜야, 비용이 감소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곧바로 위협전략을 선택함으로써, 북한이 회담결렬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행동 반경을 좁혀 버렸다.

8월 14일 제7차 회담에서 이와 같은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선 개성공단 폐쇄는 남한에게도 손해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이는 회담에 임하는 적극적 자세 그리고 반드시 협상에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 부분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다. 남한 정부는 자신의 손실을 전혀 계산에 넣지 않고 있으며, 북한만 개성공단 유지에 절박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가 변화하지 않으면, 남한은 자신의 제안을 던져놓고 아님 말고 방식으로 밀고 나가는 행태를 보이게 된다.

다음으로 책임소재와 재발방지를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다. 책임소재는 제2차 연평해전 후 남북 관계를 사례로 삼을 수 있다. 당시 북한은 "우발적 무력출동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냈고, 남한은 이를 사실상 사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북한에만 재발방지를 요구하던 자세에서 한발 물러서서, 남북 모두 노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그대로다. 남한 정부는 여전히 재발방지 주체를 북한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이러한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남한은 자신의 의견으로 북한을 압박만 하게 된다.

남한 정부의 북한 인식과 전략을 볼 때, 제7차 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금이라도 인식과 전략을 변화시키고, 개성공단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단순하게 입주기업의 이익산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북한 내 남한의 영토로서, 한반도 안정의 대표적 상징이다. 외국 투자자와 다국적 기업을 안정시키고, 각종 국제행사나 국제대회를 담보해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개성공단이 완전하게 폐쇄되면 지금 당장 나타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남북회담 #개성공단 #개성공단실무회담 #개성공단폐쇄 #남북실무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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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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