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이전부터 록 페스티벌의 초대권이 꽤 많이 거래되긴 했지만, 올해 지산락페처럼 가격이 폭락된 채로 팔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위 표를 참고하면, 3일권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지산락페는 '초대권 거래가'와 인터넷 예매가가 5배나 차이난다. 만약 사전예매(1차 예매, 17만5000원)로 산다고 하더라도, 초대권을 사는 것과는 1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초대권 거래 가격을 보면 공식 루트를 통해서 표를 사려던 사람들도 '초대권'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일일이 가격을 검색해보고, 직접 만나서 거래도 해야 하지만, 그 불편함도 감수할 만큼 금액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리 표를 예매한 사람들은 불쾌하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SNS상에도 "지산락페를 제 값 다 주고 '호구와트'로 입장 한다", "지산은 초대권을 얼마나 뿌린 걸까, 중고나라에 표가 넘친다", "올해 락페들은 제값주고 가는 게 이상한 상황" 등 초대권이 난립하는 상황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지산락페 수준은 아니지만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이하 안산록페)과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도 초대권 거래가가 인터넷 예매가의 절반으로 떨어져 있었다. 1일권 기준으로 초대권 가격선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던 안산록페마저도 마지막 날 티켓은 4~5만 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안산록페 1일권을 현매로 14만8000원(통신사 할인 포함)에 산 이정환(가명·29)씨는 "인터넷에서 초대권이 싸게 거래되는 걸 알았다면 나 역시 그걸 샀을 것이다"라며 "공연 자체에는 불만이 없고 재미있게 놀았지만, 초대권이 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썩 기분이 좋진 않다"고 말했다.
그 많은 초대권은 누가 다 만들었을까?초대권의 난립은 작년까지만 해도 3개였던 여름 록 페스티벌이, 올해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와' 안산록페가 추가되면서 5개로 늘어난 데서 기인한다. 시장이 과열되었고, 주최 측에서도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초대권을 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초대권이 정말 공연에 가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지면서, 거래가도 자연스레 낮아졌다.
이에 대해 음악평론가 차우진씨는 1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시행하는 주최 측에서는 티켓이 아무리 안 팔려도 공연을 접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사람을 많이 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막판에 많이 뿌릴 수 있다, 지산락페는 (CJ와 결별하면서) 사실상의 1회고, 안산으로 관객들이 갈 것을 염려해서 초대권을 많이 뿌렸을 거라고 유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주최 측의 욕심은 오히려 페스티벌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매년 여름마다 록 페스티벌에 갔고, 올해도 안산록페를 사전 예매해서 간 정성규(가명·27)씨는 "예년에는 그래도 마음 편하게 얼리버드(사전예매)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작년부터는 얼리버드를 사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대권을 많이 뿌려서, 계속해서 초대권이 인터넷에서 저가에 거래될 경우, 록 페스티벌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관객들이 예매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초대권을 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초대권 거래'에 대한 주최 측의 대책은 없는걸까? 안산록페 주최측인 나인 엔터테인먼트 측은 1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초대권은 판매되는 티켓의 3~5% 정도가 최대치로 나가게 되고, 라디오 프로모션 같은 경우엔 초대권 당첨자 본인이 오지 않는 경우엔 다시 돌려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티켓을 직접 구매한 후 마케팅을 하는 업체의 경우에는 그 초대권을 받은 사람이 재판매를 해도 막는 것이 애매하다"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도 '초대권 관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