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지 않은 계란이 더 신선하고 안전하다”라고 주장하는 한국계란유통협회 김낙철 교육위원장
김영욱
- 물로 씻지 않은 달걀(계란)이 더 신선하다니, 이해가 쉽게 되지 않습니다.
"달걀은 큐티클층으로 싸여져 있습니다. 즉 큐티클층이 달걀의 껍질 바깥쪽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로 씻을 경우 큐티클층도 함께 씻겨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물론 세척이 막 끝난 달걀들은 티끌 하나 없을 정도로 보기에는 좋겠지만, 바로 이때부터 문제가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큐트클층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그 나름대로의 역할과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세균으로부터 알을 보호해준다는 것입니다. 살로넬라균을 포함해 각종 유해한 균들이 이 큐트클층에 막혀 껍데기 속으로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과학적으로도 이미 검증된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국계란유통협회에서도 달걀을 절대로 씻지 말라고 농장주들에게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그중에는 세척되는 달걀도 있지만 전량 대기업에 납품되는 실정이며, 협회 소속의 도매상들에게는 현재까지 단 한 개의 세척란도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만큼 협회에서도 달걀의 신선도 유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 그러면, 세척란과 그렇지 않은 달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보관기간이 달라집니다. 세척란은 보통 20일 전후로 보관이 가능한 반면, 물로 씻지 않은 달걀은 최장 40일까지 보관이 가능합니다. 보관기간이 배로 늘어나면서도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떤 달걀이 더 실속이 있을까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단지 물로 씻었으니깐 훨씬 더 위생적이고 깨끗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대다수 주부들이 큐트클층이 100% 파괴된 대기업의 달걀을 선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뜻한 포장에다가 또 보기에도 좋으니깐 더 위생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말이죠. 달걀의 경우 깨끗하게 씻으면 씻을수록 신선도가 더 떨어진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싶습니다."
- 외국의 경우엔 어떤가요. 거기서도 세척된 달걀을 선호하고 있습니까."미국은 100% 세척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때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계란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전량 폐기처분되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엔 정책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유럽의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에 대해선 법으로 세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달걀의 생명은 위생이 아닌 신선도에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해주는 사례들입니다."
- 그러면 국내에서는 왜 이를 법으로 강제하지 못하나요."관계 당국과 해당 공무원의 안일한 대처와 이를 역이용한 대기업 때문입니다. 지금도 관련법령을 살펴보면, 일등급 달걀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바로 세척입니다. 그렇기에 물로 씻지 않은 달걀은 평생을 가더라도 일등급 반열에 오를 수 없는 것이 국내 현실입니다. 실제로 관련법이 개정될 당시만 하더라도, 관련 공무원들은 '달걀 세척 공장에서 물로 씻어야만 더 위생적'이라는 대기업의 주장만을 듣고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물로 씻으면 큐트클층이 파괴돼 균의 침투가 더 쉬워진다'는 것을 우리 협회나 이를 지적한 언론매체를 통해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협회가 이 법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재개정 요청을 강하게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일등급 달걀, 이제 먹지 말아야 하는 건가요?"소비자의 판단에 달렸겠죠. 그래도 대기업의 달걀이 더 좋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대기업에 의해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설령 로비가 없었다고 해도,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법개정에 반영했다면, 그 잘못을 바로잡는 것 또한 관련 공무원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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