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혼식과 분식(粉食) 장려' 동영상 中쌀의 수급량이 부족해지자 '보리 혼식과 밀의 대체 섭취'를 장려하던 박정희 정부 시절
동영상캡처
전력 예비량이 떨어져 일시적인 수요라도 줄이기 위해 관료까지 나와 호소하는 상황을 보면서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전기를 덜 쓰라고 에어컨 대신에 선풍기, 전기 밥솥 대신에 압력 밥솥, 컴퓨터 사용시간 1시간 줄이기, 플러그 뽑고 다니기, 전등 끄고 다니기 등을 장려하는 상황을 본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쌀의 수급량이 부족해져 집에서 보리와 밀 대신 먹기 운동을 펼친 박정희 정부 시절이 떠오른다. 그 당시에도 설득을 위해 쓰였던 '과학적인' 통계는 있었다. 비타민을 비롯한 필수 영양소의 함량이 보리와 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쌀만 먹으면 온갖 병에 걸려서 죽는다는 것이 그 공포스러운 설득의 내용이었다. 당시 쌀을 아껴서 보리와 섞어 먹은 뒤 행복한 표정을 짓는 화목한 가족의 모습은 영상의 압권이다.
절약 정신은 여전히 미덕이라지만 국민성과 은밀히 연결지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며 찝찝함을 지울 수 없다. 필요할 때 찾는 '국민'에게 전력난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건 지양돼야 한다. 애꿎은 주거용 전력이 문제라는 인식이 조장되는 일 말이다. 여러 도표가 보여주듯 문제는 가정용 전력이 아니라 산업용 전력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력 소비량 감소 정책은 전체 전력의 수요 증가 추세에서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매년 전력 수요 피크가 생기는 시기를 예측하면서도 그때마다 절약을 호소하는 것은 전력 수급의 만성적인 문제을 그때 그때 모면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해프닝'을 가장한 절약 정신에 대한 호소가 정책 가이드 라인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매년 한여름, 한겨울이면 만나는 전력난은 더 이상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만성적인 문제로 치부되어야 한다. 전력의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 정책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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